한국의 직장인은 전업주부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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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직장인은 전업주부가 필요해
  • 신지선
  • 승인 2012.08.2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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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선 논설위원
복지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더불어 함께 해야 한다고. 그런데 궁금하다. 사람들이 말하는 복지는 어떤 의미일까? 그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복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하물며 한 국가의 지도자는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가? 가야 할 방향에 관한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지향점은 우왕좌왕할 뿐 그 어느 곳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관되지 않은 정책들이 시행되고 사라지고를 반복하다가 세금만 허공에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당장 육아정책에 관해서도 사람들의 생각은 제 각각이다. 이 문제를 따지자니 복지에 관한 기본 전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접근은 달라지게 된다.

현재 노동시장 안의 지위와 연동된 사회보장제도는 각 계급내의 재분배를 넘어선 사회적 재분배는 기대할 수 없다. 보수주의 유형으로 분류되는 이 역시 ‘돌봄’의 영역은 가정의 문제로 남겨두는 것이어서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가족구성원(성별분화와 가족돌봄으로 노동시장 참여에 제약을 받는 자)은 적극적으로 사회권을 주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

복지의 대상이 개인단위가 아닌 가구단위로 접근하는 위와 같은 사회에서는 여전히 아침식사를 위해 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아이를 챙겨 교육을 하고, 아이의 문제로 수시로 학교에 불려가 청소하고 배식하고 안전관리하고 행사에 동원되고, 아이들 등하교 시간에 맞춰 배웅과 마중하면서 야근하는 배우자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동동거리며 집안일과 대소사를 챙기면서도 늘 ‘집에서 논다’라고 말하는 전업주부가 존재한다.

아울러 노동시장에서의 노동시간의 구성은 이런 ‘전업주부’의 존재를 전제로 돌아가고 있어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은 남녀를 떠나 ‘전업주부’가 필요한 구조다. ‘전업주부’를 구하지 못한 가정에서는 ‘엄마’라는 말로 치환되어 조퇴하고 결근하고, 일이 많아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가족의 눈치를 봐야 하면서도 죄책감을 강요 받고, 가사일을 ‘도와준다’는 배우자 및 그 동료들의 공치사를 견뎌야 한다. 어느 입장에서도 사회에서 온전히 설 수 있는 지위를 보장받지 못한다.

어느 개인도 노동과 돌봄을 모두 병행하지 않으면 개인과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기본 전제가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복지국가는 복지대상이 개인에게 맞춰줘야 하며(사회권 수급의 단위가 개인) 노동과 돌봄이 사회구성원 모두가 하는 것이라는 연대의식,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전제한다. 사회권 보장은 자본주의 시장구조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성을 완화하고 고용불안정성에 기인한 생활불안에 버팀목을 제공하는 것이며 국가의 존립과 유지로 이어지는 것임을 정책입안자의 의식바탕에 각인되어야 한다.

이런 바탕 위에 설정된 방향대로 우선순위에 따라 정책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치인이 사회를 인식하는 프레임 안에 바탕이 된 철학과 의식을 살펴야 하는 이유고 기본을 논의하는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교양을 갖춘 시민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시작점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각도계의 끝은 시간을 더하면서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grace9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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