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포도 (Sour gr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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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포도 (Sour grape)
  • 신명기
  • 승인 2014.08.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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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먼 길을 떠났던 여우가 목이 말랐다. 주위를 보니 마실 물은 없고 포도덩굴에 포도가 달려있었다. 여우는 그 포도를 따먹기 위해 열심히 뛰어 올랐다. 하지만 포도는 너무 높이 달렸고, 여우는 지친 나머지 ‘흥, 무척 시어빠진 저런 포도를 내가 먹나봐라’ 하면서 포기하고 만다. 이 이야기는 기원전 6세기경 고대 그리스 이야기꾼인 이솝이 지은 ‘여우와 신 포도’의 내용이다.

자신이 열망하던 일이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 것을 얻지 못할 때 생기는 좌절감을 줄이고 자존감을 지키려는 ‘합리화(Rationalization)'라는 심리기제(방어기제)의 전형적인 예가 된다.

신체적으로 어떠한 위험이 닥쳐올 때 본능적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적 행동을 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의 안정감과 자존감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심리적으로도 방어적 작동이 되는 것을 우리는 심리기제(방어기제)라고 한다.

이러한 심리기제 중에는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투사’라는 미숙한 심리기제부터 자신의 욕구나 갈망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향으로 바꾸는 ‘승화’라는 성숙한 심리기제까지 다양하게 있지만 앞서 언급된 ‘합리화’는 중간 정도의 성숙한 기제에 포함된다.

이러한 ‘합리화’의 예를 들면, 갑자기 실직하게 된 사람이 ‘이 직장은 내 적성에 안 맞고 비전도 없어’ 라고 생각하고 좌절감과 상실감을 견뎌낼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던 어여뿐 여자가 자신을 거절했을 때, ‘저 여자는 성격이 무척 안 좋을거야’ 하며 자존감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처럼 다소 비현실적이고 어리석기도 하며 황당할 수 있는 이러한 ‘합리화’의 심리기제는 너무 지나치지 않게 합리적으로 잘 활용한다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보듬고 돌봐야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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