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 문화예술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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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발전, 문화예술이 답이다
  • 허 훈
  • 승인 2014.07.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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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훈 논설주간/대진대교수


문화예술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신제품의 광고도 유명작가의 그림을 모티브로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비즈니스모임도 술자리대신 아트홀이나 연극무대를 관람하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산충이 두터워지고 문화예술시설을 방문하여 감상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훨씬 늘어난 탓이다. 문화예술이 각광을 받게 된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다. 문화예술은 지적 사유의 결과물이고 이는 인간을 동물과 가르는 특성이다.

문화예술을 생산하거나 소비하거나 하는 가운데 인간은 차분해지고, 심미성이 늘어난다. 십여 년 전 만해도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이 인구 25만 명 당 1곳 정도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인구 2만3천명의 양구군에 가도 박수근미술관이 반기는 상황이다. 양구군이 ‘서민의 화가’ 박수근을 미술관에 모시고 접경지역의 스산함을 벗고자 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양주시가 지난 6월 16일 신사실주의의 거장 중 한사람인 장욱진미술관의 개관식을 한 것도 그렇다. 주말에 짬을 내서 한번 가보시라.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그 순수와 동심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왜 누보 레알리즘이 물질주의와 대량생산의 시대에 통렬한 각성을 불러일으켰는지 알겠다.

미술관을 나서면 모텔촌이었나 싶었는데 아트밸리로 변신한 장흥이 아름다워 보인다. 양주시로서는 그동안 천경자미술관을 유치하려다, 대리인의 무리한 요구로 좌절한 경험을 잊을 수 있는 만큼의 쾌거다.

별산대놀이, 상여와회닫이소리, 김삿갓의 고향이라는 역사문화와 더불어 양주시는 근대의 문화유산까지 갖추게 되었다. 축하할 일이고, 틀림없이 방문객의 숫자가 늘어나고 관련 산업이 살아날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문화예술에 의한 지역활성화는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에도 기여한다. Hoynes(2003)라는 학자는 지역발전을 경제적 안녕으로만 볼 경우 삶의 질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사회적 건강의 영역까지 미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건강이 좋아지려면 지역사회의 참여의 양이나 질이 제고될 필요가 있는데, 그 가장 좋은 수단이 문화예술이라고 하였다. 1980년대 이후 서구에서 지역발전 특히, 도시재생사업을 전개하는데 문화예술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하고 있다(Coggan, et.al. 2008). 한편 Ife(2005)는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참여가 사회자본을 건설하고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유력한 방법이 된다고도 했다.

문화예술이 지역발전을 향도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가진 첫째 창조성과 둘째 민주성에 기인한다. 첫째 창조란 이제까지 없었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고,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그 독창성 즉 창조성에 따라 소재는 재구성되고 아름다움과 쾌감 등 인간이 일상의 삶속에서 얻기 어려운 양질의 쾌감을 전달하게 된다.

지역발전에 문화예술이 활용된다는 것은 제한된 공간과 사람으로 이루어진 지역사회에서 부족한 자원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라는 뜻이다.

둘째는 예술과 민주주의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데 기초한다. 문화예술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이들 사이의 유대관계를 강화시켜 사회적 연대의식을 고취시키고 생명력을 지역사회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문화예술이라는 소재가 지역주민사이의 의사소통을 자연스럽게 증가시키고 지역사회의 의제에 대한 참여를 증가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역의 문화예술자원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의무적이기 까지 하다. 그래서 양주시가 고 장욱진화백을 기리는 미술관을 만들어 지역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은 경기북부의 모범사례다.

의정부에는 장욱진화백보다 신사실중의 길을 앞서간 화가가 지역에 계시다. 그분의 이름은 백영수화백, 90세가 넘는 연세에도 와인 한두 잔에 담론을 즐길 수 있는 건강을 가지셨다.

그는 고 이중섭화백과 같은 시기에 신사실주의를 넓히셨고, 현대의 세계 미술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분이다. 프랑스의 30년 생활을 청산하신 후 의정부에 짐을 푸신지 꽤 되셨는데 이 살아있는 전설을 우리는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가.

돌아가시고 나서 여러 곳에서 유치경쟁이 벌어진 후 마음 졸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기북부 어느 지역에서 장욱진 화백처럼 미술관을 지어 지역활성화의 모티브로 삼을 지자체는 어디 안계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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