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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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약속
  • 제갈창수
  • 승인 2014.04.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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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창수 경민대학교 교수



요즈음 ‘또 하나의 약속’이라는 독립영화가 시민들의 관심과 공감의 대상이 되고있다.

이 영화는 실제로 삼성반도체 공장 근로자였던 황유미씨가 2007년 23세의 젊은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아버지인 황상기씨가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인정 투쟁과 고난을 통한 승리의 이야기이다.

이 사실에 대해서 영국 가디언지 인터넷판이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관한 장문의 기사를 게재해 국제적인 화제가 되었다. 가디언지는 삼성반도체공장에서 일했던 황유미씨의 죽음에 대한 사연을 전하면서 10년 동안 진실을 밝히는 한 남자를 비추고 있다고 했다.

가디언은 이와 함께 고인이 된 유미의 아버지 황상기씨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전문가와 신문과 방송 등 언론사에서 도움도 청하고 내가 알아낸 자료도 보내봤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삼성과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소개하면서 한국 언론들은 '아주 겁 많은 한국 언론'이라고 표현하였다. 이것은 아마도 진실과 사실 앞에 자본의 권력에 굴복한 무기력한 현실의 한국의 언론을 꼬집어서 표현한 말이 아닌가.

뒤늦은 감이 있지만 삼성전자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산업재해 인정 투쟁을 계기로 우리사회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을 올리자는 의미의 반올림 단체가 출범했다.

공식 명칭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들과 백혈병에 관한 문제를 지적하고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초거대 자본권력인 삼성과의 문제 해결은 순탄할리가 없다.

'반올림'단체에서 산업재해의 의학적 인과관계를 밝히는 산업의학과 전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공유정옥씨는 '반올림' 활동을 통해서 반도체 노동자들이 자기 일터에도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점,

정부에서 반도체 산업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된 점 그리고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현행법은 질병과 업무 간의 관련성을 노동자가 증명하도록 하고 있다'' 고 했다.

그는 또 "그러나 증명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회사 측이 영업비밀이며 철저히 숨기는 상황에서 투병 중인 노동자가 자신의 질병과 업무 간의 관련성을 증명하라는 것은 ‘암덩어리’이며 ‘쳐부술 원수’인 불합리한 제도의 개정요구를 제시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그의 산업재해와 의학적 관계에 관한 산업안전보건활동에 대해서 미국 공중보건학회(AHPA)는 '2010 산업안전보건상' 국제부문 상을 수여하였다. 국내 언론은 이에 대한 언급도 없다.

오히려 국내보다는 미국에서 그의 활동에 공감하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이다
흔히 지속 가능한 기업의 이익 창출은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일할수록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효과성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이솝우화의 비유적 표현에 있다.

즉 황금알(제품)과 거위(생산자산)의 균형에 있다.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죽음이 불러온 사회적 문제는 거위보다는 황금알을 더 중시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기업의 탐욕이 일으킨 결과이다. 황금알을 만드는 거위라는 인간의 가치가 중시되지 못하면 황금알을 만들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수단을 과연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인간의 노동이 가치있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찍이 유한양행을 창업했던 故 유일한 선생의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고 기업은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기구"라는 청교도적인 기업철학을 우리는 다시한번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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