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미가요를 부를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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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미가요를 부를 수 없어요”
  • 유진삼
  • 승인 2013.03.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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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삼 본지 논설위원

요사이 학교마다 졸업식으로 분주하다. 이때면 1991년 3월31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기사가 생각난다. 일본에서 살고 있던 가림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가림이의 어머니는 서울에 사는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단기 4294년 이라고 쓴 한국의 교과서를 딸들에게 가르쳐주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빼앗던 날, 조선 땅에서는 통곡소리가 울리는데, 일본에선 축하의 꽃전차가 달리고, 집집마다 히노마루(일장기)를 달았다.

그날 이후 일본 말을 배우게 하고 한국인이 목숨과 같이 소중이 여기는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게 했다.
그리고 한국인의 재산을 몰수하고, 징용을 보내고, 독립 운동하는 동포들과 기독교인들을 무참히 학살한 사실을 어머니가 가르쳐 주는 역사 공부를 통해서 잘 알게 됐다.

가림 이는 졸업식을 며칠 앞두고 졸업식장에서 “기미가요(일본국가)를 부를 수 없어요.”라고 결심을 하고 이 내용을 ‘아사히신문’의 독자 투고란에 기고했다.

이 글을 읽은 친구들이나 일본인들에게는 아주 충격적인 기사였다. 가림 이에게는 욕설과 충고 등 크고 작은 소용돌이에 잇따라 부딪혀왔다. 졸업식이 가까워지자 졸업식 예행연습을 하게 됐다. 연습이 끝나게 되면 일본 국가를 부르게 된다. 그러나 가림 이는 일어나지 않고 자리에 혼자 앉아 일본 국가(國歌)를 부르지 않았다. 이때부터 가림 이와 아주 친한 친구들까지도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는 손찌검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드디어 졸업식 날이 다가왔다. 가림이내 식구들이 졸업식장에 참석했다. 졸업장 수여식과 교장선생님의 말씀까지 끝나고 이제는 모두 일어나 일본 국가를 부르는 순서가 됐다.

가림 이는 연습 때와 마찬가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게 왼 일일까. 가림이 말고도 또 한 학생이 앉아 있었다. 옆 반의 기영이었다.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가림이내 식구와 기영이내 식구는 “우리의 조국은 대한민국이다”하면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 사건은 일본정부와 교육계에 커다란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필자는 순간 가슴이 울컥하고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한 암담함이 뇌리에서 살아지지 않았다.
오늘 우리의 현실은 선생님들이 이념간의 갈등으로 양분화 돼 있어 역사의식이 서로 다른 교육이념을 가지고, 한쪽에서는 ‘남침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북침이다.’ 라는 식으로 교육하고 있으니 어찌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상상만 해보아도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나라를 잃고 방황하다가 해방이 되어 이제는 경제규모 세계10위권에서 도약하고 있는 나라인데 국민들은 이념의 갈등으로 서로 대립 상태에 있다. 일선 교사들이 역사 교육에 대한 가르침이 서로 다르고 현 정부에서는 교과서의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라고 지시하고 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암울한 교육 현장에서 바른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겠는가. 참으로 이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바른 역사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 “일본 국가를 부를 수 없다”는 초등학교 학생의 국가관을 보라,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교과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재인식하고 이를 바르게 정리해서 올바른 역사교육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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