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하지 않는 대통령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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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하지 않는 대통령돼야
  • 허 훈
  • 승인 2012.12.2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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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초대 대통령 선거는 1948년 7월20일 이었다. 이때는 제헌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투표를 통해 간접선거로 이승만대통령을 선출했다. 2대부터는 잠시 직접선거를 하다가 권력자의 의도대로 간접선거를 했다. 통일주체국민회의 혹은 대통령선거인단에 의한 선거가 그것이다.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것은 그만큼 민주주의의 척도다. 부정선거, 관권선거, 체육관선거 등 온갖 부정적 행태들이 다 보였다.
하지만 1987년에 민주화가 군부세력을 궁지에 몰고, 대통령 직접선거는 다시 성립됐다. 그때가 13대 대선이다. 그리고, 2012년 12월19일 우리 국민은 이번에도 민주적으로 18대 대통령을 뽑았다.

13대 대선부터는 정말 치열한 선거가 치루어졌다. 직접선거 재개 이후에는 군부세력 대 문민대결, 15대 이후에는 진보와 보수라는 격렬한 대립구도가 생긴 것이 그 이유이다.

이번 박근혜 당선자와 문재인 후보간에도 표차가 100만 표를 넘은 정도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간의 대립이 극에 달했다. 이대로 가다간 국민이 두동강 날 지경이다. 18대 대통령의 가장 큰 임무가 국민통합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당선자는 선거당일 오후 10시 무렵 당사에 나와 소감을 밝혔는데, 한마디로 “민생대통령 돼서 국민행복시대 열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선거과정 중에서 수없이 외쳤던 ‘국민통합’을 구체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좌우분열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이념으로 나누기 전에 인간의 최고 가치를 찾아야 하는데 그는 ‘행복’을 찾은 것이다. 민생대통령이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을 위해서 해결하여야 할 과제가 무언가.

첫째 국민을 진보와 보수로 가르지 말아야 한다. 정파 간에는 방법론을 놓고 차이가 물론 있다. 복지만을 놓고 보아도 둘의 입장의 차이는 분명하다.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의 설명을 빌리면, 보수는 부자과세를 자기 돈을 자기마음대로 사용할 자유가 침해받는다고 생각한다.

진보는 경제적 빈곤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삶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못하니 복지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삶의 목표를 선택할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점에서 진보나 보수나 똑같다.

민생정부라면 국민이 누리는 자유라는 측면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말고, 최고의 수단을 찾는 지혜로운 정책을 펼쳐야 한다.

둘째 계층을 가르지 말아야 한다. 사회의 계층론은 사회의 분석을 위해서는 필요한 개념이긴 해도, 실체가 있는 개념은 아니다. 어디를 경계로 중산층이 나누어지는 가에 대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하는 의식이나 가치관에 따라서는 부자도 가난하고, 가난한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다. 행복감은 계층의 소속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박근혜가 이끄는 대한민국은 정신, 철학, 절제에 바탕을 두어야한다. 천박한 부자를 만들지 않고 사회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국민이 늘어나는 정책이 필요하다.

통합을 위해서 대통령이 할 일은 두가지가 아닐까 한다. 첫째 통합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통합을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대립하는 강력한 실체들이 있다는 뜻이다. 통합을 위해 누구를 시켜보았자 그가 한 파벌의 심부름꾼에 불과할 바에는 직접 나서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동반성장위원회를 두고 총리출신의 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둘째는 노자 도덕경이 통치의 진수로 설파한 장이불재(長而不宰)의 길을 걸어야 한다. 지도자가 돼도 지배하려 하지 마라는 말이다. 새 시대의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이 아니다. 국민의 일반의지가 모여 국민행복을 추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지배’가 아닌 통합의 리더십이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을 이룰 수 있고, 퇴임할 때도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행복하게 퇴임하는 ‘첫’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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