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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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 박호정
  • 승인 2012.09.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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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의정부보훈지청

버스 차창 밖으로 맺힌 빗물이 아련하게 느껴지는 아침출근길이었다. 비오는 날은 종이컵이 아닌 머그컵에 커피를 듬뿍 담고 창밖의 빗물을 바라보며 여유를 느끼고 싶은 날이다.

청사에 도착해 계단을 오르다 작은 액자 안의 평소 눈에 띄지 않았던 한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입사 전에 읽었던 한 일본작가의 동일한 제목의 수필집 생각이 났다.

나의 보이는 행동, 말 한마디에 따라 상대방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따라서 나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지에 관한 책이었는데 읽는 내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기억에 남는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에서 ‘웃는다’는 것은 단순히 웃는 행위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상대와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내가 먼저 변화할 수 있는 용기를 의미한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상대방이 나의 거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거울이 웃어주기’를 바라기 이전에 ‘내가 먼저 웃는 변화’의 노력을 한다면 더 나은 모습의 우리 가정, 우리 사회, 우리나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국민과 가장 가까이 대면하는 최일선 민원공무원으로서의 나는 그동안 나보다 먼저 웃어주지 않는 거울에 대해 가끔은 나도 모르게 불평을 하거나, 혹은 그것으로 인해 드는 왠지 모를 회의감으로 고민한 적도 있었다.

출근길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된 짧은 문구가 국가와 국민의 입장을 함께 이해하고 조율하는 공무원으로서 그 어느 쪽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먼저 변화하기를 주저하는 용기 없는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이로 인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그동안의 고민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알게된 즐거움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나름의 기대도 가지게 됐다. 혹여 당장의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을지라도 우리 모두 쉽게 실망해서는 안된다.

비록 지금 눈에 보이지 않을 작은 것일지라도 이미 내 안에 일어난 변화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것이 상대의 긍정적인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 상황을 너그럽게 이해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웃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먹구름이 걷히면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이 비추듯...우리들 마음도 봄볕과 같이 따뜻하고 여유로운 날이 됐음 좋겠다.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나만의 햇살은 무엇일까. 상대방의 모습은 곧 나의 모습을 비추는 내면의 거울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하루를 시작해보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먼저 ‘웃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용기 있게 내가 웃으면 거울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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