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실은 모두 진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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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실은 모두 진실이 아니다
  • 신지선
  • 승인 2012.09.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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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선 눈설위원

대학교수, 국회의원, 공공기관의 장으로 계셨던 분을 만났다. 스스로를 우파 혹은 보수라고 말하는 분인데 예전에 시민단체에 계실 때 조교로서 나는 그 분의 일을 도왔던 때가 있다.

학자다 보니 현안에 대해 문제를 분석하고 이론이나 근거를 찾고 해결방법을 찾아 나가기 위해 전문가와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모습이 차분하고 체계적이었으며 그런 모습이 내게는 퍽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 감정과 고성, 몽니를 부리기 일쑤인 보통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은 토론 문화가 없음을 안타까워했던 터였다.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관을 떠나 나와 생각이 다른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은 배울 점이었고 확산시켜 나가야 할 문화였다. 대한민국은 다양한 목소리 속에 방향을 찾고 움직여나가는 자유민주주의국가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분은 작금의 현실을 개탄하며 노골적인 우파에 우려를 표했다. 속셈은 어떻든 간에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더 세련되게 합리성을 갖추고 표현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해됐다. 과거 침착하게 토론하는 장면을 기억해 낸 나는 그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걱정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려냈다.

기득권층은 보다 많은 교육을 받았고, 보다 많은 부를 갖고 있으며, 보다 공고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이것들을 바탕으로 조금은 더 엄격한 프레임을 만들고, 더 소유하게 되는 구조를 생산하며 배타적인 그들의 문화를 선망하게끔 만든다. 이들은 각종 학문적 이론과 현상을 분석하며 소위 ‘fact’로 나열되는 사건들로 재구성한다.

기본적으로 나는 fact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부화뇌동하는 민중을 걱정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fact라는 것 역시 행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짐을 깨닫지 못하는 시민을 걱정한다. 모든 사실은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것까지 이르는데 거쳐야 할 장애물이 세상엔 너무도 많다

가령 ‘어떤 남자가 미친 듯이 도끼로 문을 내리 찍고 있다’는 기사에는 fact만 나열돼 있다. 이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이 남자의 비이성적 정신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활활 불타고 있는 집안에 갇힌 아이를 구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fact가 포함돼 있었다면 우리는 어떤 진실에 이르게 되는가?

세상의 사실은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또 다른 진실로 탈바꿈한다. 그러기에 이 의도를 넘어서는 안목을 가지도록 시민이 가져야 할 교양과 상식을 채워나가는 노력이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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