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스타일로 경전철을 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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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스타일로 경전철을 살려보자
  • 허 훈
  • 승인 2012.08.3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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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훈 대진대 행정학과교수

의정부시의 하늘 기슭에는 사면이 탁 트인 놀이열차가 떴다. 맑은 날이면 원도봉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흐린 날이면 도시의 삶과 자연이 실루엣처럼 펼쳐진다. 하늘허리에 걸린 움직이는 관람석을 타고 시의 구석구석을 내려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립극장의 제일 좋은 자리에서 감상하는 오페라 무대 같다. 아니 같을 수 있다. 만약 사랑으로 보면 말이다.

지금은 경전철을 사랑할 준비가 아직 덜 돼 있다. 하루 8만명이 탄다고 예상했는데, 현재는 1만2000여명수준이다. 환승하기 불편해서가 가장 큰 이유이다. 최소수입보장원칙(MRG)에 의해 매년 170억원 가량을 적자 보전해주어야 한다니, 2012년 의정부교육관련 예산 169억과 비슷하다. 시가 인재양성 예산을 포기하고 경전철을 운영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아직은 아니다. 적자보전이 시작되는 것은 예상 승객수의 50-80%가 된 후로 계약됐다.

현재 승객예상대비 16% 수준에 불과하니 아직 안내도 된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적자보전을 안 해주게 되면 지금 운영주체는 파산하게 되고, 결국 의정부시가 경전철운영을 떠맡아야 한다. 의정부시민의 짐이다.

이제 의정부스타일을 한번 만들어보자. 시와 시민이 협동하는 길이다. 하늘에 걸린 경전철이 왜 거기에 걸렸는지 따지는 것은 그만하자. 무인, 소형으로 운전되고,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친환경교통수단인 것을 자랑하자. 의정부시의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잇는 소통의 메신저라는 점, 그동안 잘 몰랐던 곤제근린공원에 갈수 있고, 어룡역에 내려 정문부장군과 만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자.

경전철역사의 대합실과 지층공간이 새로운 문화공간이 될 수 있음을 기뻐하자. 5년간 5500억원을 들여 문화시설하나 잘 만들었다 생각하자. 거꾸로 생각하면 이제 경전철은 의정부시의 자원이다. 시와 시민이 이 훌륭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까를 한번 생각해보자.

시에서는 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 예산, 정책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 국책사업으로 승인난 것이니 환승할인이 되도록 국가를 설득해주길 바라고. 시 교통정책으로서는 버스노선을 정비하고 장애인 및 서민층 할인을 통해 시민이 쉽게 접근하게 해주길 바란다.

지역경제정책으로는 15개 역앞의 소상점가활성화정책을 펼쳐서 각 역마다 사람냄새가 나도록 하자. K대학유치와 각 역과 연계한 문화재관리정책 등 시의 전부서가 행정력을 결집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시민참여를 진작시키는 부서에서는 경전철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체계를 수립해주길 바란다.

우리 시민들은 의정부경전철 사랑포럼(가칭)을 만들자. 15개역마다 포럼의 분회가 결성되고, 문화인, 소상공인, 직장인들이 한번 뭉쳐보자. 그래서 역사를 문화공간으로 바꾸어보자. 교각공간을 지역의 만남의 장으로 바꾸고, 대합실을 갤러리로 또 회의장소로 만들자. 15개의 지역사랑방으로 만드는 것이다. 작은 규모라도 15개 지역의 모임에서 운영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보자. 할 일없이 역사에서 한번 만나보자.

일본의 북쪽 오지 아오모리의 시민들은 폐선위기의 쓰가루철도를 살리기 위해 마을기업 ‘데루소레’를 설립하고, 역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철도사옥 1층에 커뮤니티카페를 만들고, 스토브열차를 상징하는 석탄쿠키. 지역의 상징인 사과쥬스를 팔고, 연주회를 열었다. 쓰가루철도는 시민들의 사랑속에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이 시와 시민들이 자랑하는 관광지가 됐다.

그들은 쓰가루스타일. 우린 의정부스타일. 점잖아 보이지만 일할 땐 하는 의정부. 한번 마음 먹으면 하고야 마는 시민으로서 경전철을 의정부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명소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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