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이 높아지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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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높아지지 않았는가!
  • 홍정덕
  • 승인 2012.07.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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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대 평생교육원 교무부장

우리가 그 뜻을 전혀 잘못알고 사용하는 고사성어 중에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이 있다. 흔히들 이 단어를 ‘참 좋은 계절 가을’이라는 의미로 알고 있다

성어(成語)에 포함된 단어를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라고 해석해 ‘더위가 물러가고 청명하고 서늘한 계절이 돌아왔는데 바야흐로 풍성한 수확을 거두어 사람은 물론 집에서 키우는 가축인 말조차 살이 찌도록 먹을 것이 넘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천고마비’라는 고사성어를 정반대로 잘못 해석하여 엉뚱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중국은 문명이 성립된 이래로 장성(長城) 남쪽의 농경민족과 장성 북쪽의 유목민족이 대립하는 역사의 패턴을 반복해 왔다. 이 두 세력은 서로 치열하게 싸우며 왕조를 교대로 성립해 왔고 다른 생산 양식을 배경으로 양보 없는 대립을 거듭했다.

척박한 자연환경 탓에 유목을 영위하며 모자라는 양식을 남쪽 농경 지대에서 조달할 수 밖에 없던 북쪽 유목민족들은 기마라고 하는 탁월한 기동수단을 활용해 특히 수확철에 남쪽 농경지대를 공격했다.

길이가 만리(萬里)에 달하는 장성(長城)은 이같은 유목민족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농경민족의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로 건축됐다

유목민족은 여름 내내 풀을 먹여 말을 살찌게 하며 군사력을 비축했다가 가을 수확철이 되면 그 말을 타고 식량을 약탈하려 침공했기에 농경민족에게 가을은 수확의 계절임과 동시에 유목민족의 침공에 대비해야 하는 공포의 절기이기도 했다

따라서 ‘천고마비’는 ‘하늘은 높고 말을 살찐다’가 아니라 ‘하늘이 높아졌으니(유목민족의) 말이 살쪘겠구나’로 해석해야 한다 즉 침공에 대비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경제대국이 됐고 풍요로운 나라가 됐다 세계가 함께 맞고 있는 경제 불황도 누구보다 앞서서 극복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안심해도 좋은 것일까?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공개적으로 매도하고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라고 대놓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우리 영토가 포격을 당해도, 우리 군함이 격침되어도 항의하면 안 된다고 당당히 주장하는 사람들이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제 나라의 대통령은 ‘쥐××’라고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수백만의 인민을 굶겨 죽이고 핵폭탄을 개발하며 국가 권력을 삼대에 세습하는 천하의 공적이자 조롱거리인 북을 향하여는 한마디의 비판조차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높은 가을하늘 저 넘어에 우리를 향하여 다가오는 기마군단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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