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해서 하지만, 自殺은 禁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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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해서 하지만, 自殺은 禁物
  • 관리자
  • 승인 2010.10.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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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學 홍경섭>
1997년말 IMF 위기 이후 자살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9년 자살자는 2008년보다 19.3% 증가해 15,413명에 이르렀다. 매일매일 누군가 죽어간다. 최근 들어 몇 몇 죽음(자살)들이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행복전도사 최윤희씨 부부의 자살, 지난 19일 고려대 사범대 부교수 정모(41)씨의 자살 등 유명 인사들의 자살이다.

이삼일이 멀다하고 자살 소식이 언론에 떠오르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OECD 국가중 1위 자살대국이 되었고, 특히 노 전대통령의 죽음과 행복전도사 최씨 부부의 자살은 우리 사회 죽음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존엄사, 뇌사, 연명 치료중단,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한 관심은 늘었지만, 죽음을 터부시 하는 우리 사회에서 죽음 그 자체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급증하는 자살 현상은 ‘자기 자신의 의지’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로 사회적 혐의가 짙다. 자살 현상에는 경제적 가치 편중, 스트레스의 일상화와 우울증 확산,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 언어폭력과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사이버 공간, 생명경시풍조, 성개방과 낙태, 죽음의 터부화와 죽음 준비교육의 부재, 외모지상주의와 성형수술의 유행, 노인문제, 가족관계의 약화 등 온갖 사회병리현상이 집약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자살을 부추기는 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사회구조적인 모순, 둘째 개인적 원인, 셋째 죽음과 자살에 대한 오해이다. 자살 사례를 살펴보면 세가지 원인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다양한 문제가 함께 작용하고 있어서 어디까지가 개인적 이유이고 어디까지가 사회적 문제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체감경기 불황의 장기화와 양극화, 취업난과 구조조정 등 사회 분위기가 침체된 요즘, 우리 사회의 자살은 개인 차원의 일시적 문제로만 볼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자살은 그 자체로 사회적 병리현상이므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불행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구조적 문제들이 개인에게 영향을 미쳐 자살에 이르게 하고 있다. 일시적인 미봉책으로는 해결 할 수없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순이 자살 원인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이러한 사회구조적 모순은 ‘자살 도미노 현상’이라는 달갑지 않은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또한 자살 현상의 바탕에는 ‘죽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죽으면 다 끝나니까, 자살과 함께 삶의 고통 역시 자살자들은 종결된다고 착각한다. 죽음 문제에 비하면 자살현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바닷물 아래에 잠겨서 우리 시야에는 잘 잡히지 않지만, 자살 현상이 몸체에는 죽음 이해와 임종방식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죽음 이해와 임종방식에 문제가 많으니까 자살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자살은 불행한 죽음의 한가지 유형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 사회는 자살율 증가를 문제로 여기지만, 죽음 이해와 임종방식이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므로, 자살을 비롯한 불행한 죽음은 한층 심화될 것이다.

자살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살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수면 아래 숨어있는 죽음에 대한 오해와 편견, 불행한 임종방식에 대한 심층적 반성과 방향 모색이 시급하다. 눈앞에 보이는 자살만 문제 삼고 올바른 죽음 이해와 성숙한 임종방식 정립에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자살률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동일한 시간 공간에서 함께 살면서 죽음을 맞지만, 임종과정을 살펴보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죽는다.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생사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생사관을 가진 사람이냐에 따라 임종방식은 크게 차이가 난다. 자살하는 사람도 있고, 죽음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을 부인하는 사람도 있다. 죽음을 앞둔 상황이건만 분노하면서 죽음을 맞는 사람도 있고,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 존엄함을 유지하면서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다.

죽음을 받아들여 평소에 죽음준비를 충분히 하는 사람에게 죽음은 육신이란 옷을 벗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뜻한다. 죽음이 갑자가 찾아오더라도 그는 밝은 모습으로 삶을 마무리한다.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원하는 만큼 행복한 죽음을 원할 것이다. 그러므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살과 같은 방법으로 죽는 것, 그래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평화로운 죽음, 품위있는 죽음, 의미있는 죽음, 행복한 죽음을 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터부시되고 있는 죽음의 문화, 죽음의 질, 죽음준비교육, 임종방식에 대한 논의가 종교적 울타리를 넘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 단지 법적, 의학적인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철학적, 종교적, 영적 죽음의 관점에서 조명되어야 한다. 성숙한 죽음, 품위 있는 죽음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삶의 연장이고 삶의 완성이라는 인식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生死不二」,‘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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