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을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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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 한잔을 나누며
  • 김남용
  • 승인 2012.02.1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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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용 신흥대 행정학과 교수
차는 향기, 사람은 인품이라는 말이 있다.
향을 싼 종이에서 향내가 나듯이 좋은 인품을 지닌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고귀한 지성이 흘러넘친다. 저녁노을이 아스라이 내리는 창가에 앉아 차향을 지닌 사람들과 어울려 정담을 나누면서 지내는 시간은 얼마나 흐뭇하고, 정겨운 시간이겠는가?

현재 우리의 차생활 풍속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많이 잊혀진 편이지만, 과거 자료들을 들여다보면 적어도 고려시대까지 차에 관한 역사자료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거리에는 일반 백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점(茶店)이 있었고, 상류계층의 주거 공간에는 다정(茶亭)이 있었다. 나라에는 다방(茶房)이 있어 차와 관련된 일을 맡아 보았으며, 봄의 연등회나 가을의 팔관회 같은 중요한 국가 행사에는 차를 올리는 의식이 반드시 있었다. 고려인들에게 차는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였다.

과거 융성했던 차 문화가 언제 급격하게 쇠퇴했는지 많은 의문이 간다. 고려의 다풍이 사라진 뒤 중국과 일본의 차 문화는 점차로 발전했으나, 이 땅에서는 찬란했던 차 문화가 소리없이 사라지게 됐다. 신라,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민족문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차 문화는 이웃나라로 건너가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게 됐다.

중국 사람들이 차를 일상 음료로 하고, 일본 사람들도 다도(茶道)를 문화의 상징으로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커피 등의 자극적인 서구문물에 밀려 점점 그 자리를 잃어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든다.

차를 처음 마시는 사람은 어떤 자극도 느끼지 못한다.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찻잔을 기울이다보면 5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 쓰고, 떫고, 시고, 짜고, 단맛이 은은히 흐르고 있음을 음미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닿는 것이 쓴맛이고, 오래 입안에 남는 맛은 단맛이다.

차의 5가지 맛은 처음 마실때는 약간 쓴 맛이 나지만, 차츰 입안을 상쾌하게 하면서 머리를 맑게 해준다. 일상생활에서의 차 생활은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빈틈의 여가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생각의 시간를 갖게 한다.
오랜 차 생활은 자기도 모르게 도와 통하고, 자연과 동화되면서 예에 이르게 된다.

차 생활은 손님을 맞이하고, 차를 내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주인이 자연스럽게 손님을 위해 차를 준비하고, 물을 끓이는 일이다. 일부 사람들의 복잡한 다도를 생각한다면 너무 번잡스럽다. 손님을 위해 정성스럽고, 실용적으로 차를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차를 준비하는 행위보다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를 따르면서, 그 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분위기는 저절로 온화해지고, 다정다감해질 것이다.
오늘 저녁, 차가운 겨울바람 소리를 들으며 정다운 친구와 따스한 차 한잔 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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