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희망 사자성어 ‘파사현정(破邪顯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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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희망 사자성어 ‘파사현정(破邪顯正)’
  • 홍경섭
  • 승인 2012.01.1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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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섭 논설주간


2012년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교수들은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택했다. 교수신문이 지난해 12월7일부터 16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281명 가운데 32.4%가 ‘파사현정’에 2012년 한국사회에 대한 바람을 담았다.
다음으로 ‘生生之樂’(27.0%)이 꼽혔다. ‘생명을 살리는 즐거움’또는 ‘직업생활하는 즐거움’이라는 뜻이다. 이는 세종이 추구했던 좋은 나라의 조건이었다.
2012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을 추천한 김교빈 호서대 교수(동양철학)는 “파사현정에는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강한 실천이 담겨 있다.”라며 “올 한 해, 특히 총선이 온갖 사악한 무리들을 몰아내고 옳고 바른 것을 바로세우는 희망을 담았다.”라고 밝혔다.
파사현정이 선정된 배경은 2011년 올해의 사자성어와 겹쳐 읽을 때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다. 2011년의 사자성어로 ‘여랑목양(如狼牧羊)’을 선택한 교수 가운데 41.2%가 파사현정을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한 격이란 뜻의 ‘여랑목양’은 탐욕스럽고 포악한 관리에게 백성을 맡겨 백성이 잔혹하게 착취당하는 일을 비유한다. 2011년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엄이도종(掩耳盜鐘)’을 선택한 교수 가운데는 35.8%가 파사현정을 골랐다.
정요근 덕성여대 교수는 “지난 4년간의 정책이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닌, 대통령과 가진 자들의 사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공익을 실현하고 사회 정의를 구현하도록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라며 파사현정을 선택했다. 심재상 관동대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회적 정의’를 되찾아 복원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법’은 가고 ‘정의’가 바로 섰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총선과 대선도 파사현정을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정하게 된 배경이다. 배상식 대구교대 교수는 “정의로움이 없는 정치는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없음을 정치꾼들이 알아야 한다.”라며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정치꾼은 없애고 진정한 정치가만 남기를 기원한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파사현정은 불가의 중관사상(中觀思想)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관은 말 그대로 바르게 아무런 걸림 없이 공정하게 본다는 뜻이다. 즉 저마다 주장하는 모든 것이 다 틀렸다는 것이 바로 중관사상의 출발점이다. 파사의 깨부숴야 할 邪는 사악한 것이 아니라 저만 옳고 저만 잘났다는 극단의 생각이나 태도다. 그러므로 중관사상은 정확하게 중관사상이며, 파사현정은 중도를 실천하는 방법을 말한다.
드러내야 할 어떤 바른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극단이란 잘못을 깨는 것, 그 자체가 正을 드러내는 것이다. 세속적으로 말하자면 양극단에 치우침이 없는 포용을 실현하는 것이 ‘파사현정’이다.
국내외적으로 거대한 변화의 시대에 돌입한 지금 강퍅(剛愎)한 대립과 대결, 증오와 배제(排除)로는 어떤 긍정적 변화도 이루기 어렵다는 점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는 의미심장하고 시의적절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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