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장의 고백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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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시장의 고백이 주는 교훈
  • 허훈논설위원
  • 승인 2011.10.2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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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훈(대진대 산학능력개발원장)

시설위주의 도시정책이 한계를 맞고 있다. 태백 시장이 한 일간신문에 고백한 것처럼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도시전체가 망가지게 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 시는 4400억원을 들여 오투리조트를 개발했으나, 이제는 매각도 어렵게 되어 고스란히 시민이 빚을 떠안아야 하게 됐다. 올해예산 7837억원의 시흥시는 군자지구개발을 위해 5600억원을 들여 땅을 샀다. 그러느라 빚이 시 예산의 40%를 넘게 되었다. 해당 지역의 시민들로서는 대재앙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대규모시설투자의 위험성을 알리고 시민력에 기반한 지역발전을 도모하자는 주장을 필자는 오래전부터 해왔다. 일찍부터 잘못된 사례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2005년에 필자가 요코하마국립대에 교환교수로 근무할 당시 이야기이다. 요코하마는 해안개발사업으로 빚덩이였다. 신임 나카다 히로시시장은 ‘시민의 힘이 충분히 발휘되는 시정’을 슬로건으로 삼고, 개발사업으로 어려어진 재정을 바로잡고자 안간힘을 쏟았다. 시민의 힘을 활용해 시민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시민과의 협동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고, 시립병원을 민영화하고, 여름에도 에어콘의 가동목표를 30도로 넣는 등 별별 노력을 다한 끝에 2006년에 겨우 흑자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다.
태백시로서는 가장 직접적인 유바리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했었다. 탄광이 문을 닫자 관광시설에 집중투자하고, 국가돈을 따다가 닥치는 데로 쓰다 파산한 곳이다. 투자가 끝난 후 몇년간은 폐광지역에 관광객과 연수단이 몰렸다. 하지만, 구름이 걷히듯 세월이라는 덮개가 걷히자 방만한 공공시설투자는 시에 운영비누증의 재앙으로 돌아왔고, 투자의 세월에 길들여진 공무원들의 고비용행정은 결국 시민들을 절단나게 하고, 자신들의 일자리마저 없애야 했다. 그렇게 자랑하던 한 관광시설을 오사카의 한 기숙학원에 팔기도 했다.
시설위주의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자신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비나 차입의 힘으로 시설을 짓기 때문이다. 실력이나 필요이상으로 시설을 만드는 것이 국가나 외부의 도움으로 어떻게 가능할지 몰라도 지속적인 운영은 불가능하다. 운영할 돈도 없고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둘째, 시설보다 먼저 필요한 정신이 들어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구청이 34억원을 들여 문학관을 만들어 놓고 연간 운영비 5억원이 없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문학관을 사랑하여 자기돈으로라도 활용하려는 시민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 숙의과정을 통하여 만들지 못하고, 지자체장이나 지역엘리트들의 담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민대다수의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입맛에 맞게 만들어주는 용역보고서만 믿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용인시의 경전철건설타당성보고서가 그랬고, 의정부시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해법은 결국 자기시의 자주력을 먼저 볼일이다. 시민력과 재정력이 자주력의 요체이다. 이때 재정력만을 보는 태도를 버려야한다. 무엇을 하든지 시민력이 받쳐주어야 한다. 시민력은 시민들이 갖고 있는 자치력과 문화력의 총화가 그 요체이다. 시민의 상당수가 문화적인 소양을 갖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가꾸려하고, 동시대의 정보와 지식에 게을리 하지 않고 마을가꾸기를 위해 실천행동을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문화력을 가진 시민은 느티나무아래서도 다른 시민과 교감할 수 있다. 문화시설은 그다음 이야기다. 한 시가 갖고 있는 시민력을 존중하지 않고 시설을 생각하는 일이 한북의 고을들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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