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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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에 부쳐
  • 논설위원 홍경섭
  • 승인 2011.05.2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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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學 洪 景 燮

나라 안팎의 많은 눈과 귀가 지금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영문판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달 이 소설이 미국 서점가에 공식 출시한 이래 주요 언론매체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이 소설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개인주의 사회의 대표격인 미국에서 ‘가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담긴 한 권의 책에 이토록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거꾸로 우리에게 던져주는 질문이다.

이 소설은 가족이 얼마나 쉽게 균열될 수 있는지, 서로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엄마와 자식들 간의 불공평한 관계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엄마의 헌신, 그리고 가족의 눈물어린 후회와 뉘우침이 이 책의 핵심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만연된 이혼, 가족 해체를 경험해 왔던 미국인들에게 이 책이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스스로 고민하게 한 것은 아닐까.

한편 역사적으로 가족주의적 전통이 강하고 ‘효’사상이 넘쳤던 우리 사회는 지금 어떤 모습인가? 급증하는 이혼, 효 사상의 실종,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독거노인의 증가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은 단순히 가족 해체를 막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가족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체와 활력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5월은 가족과 관련된 날이 많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가정의 날(15일), 성년의 날(16일), 그리고 ‘둘이 하나 된다는’ 부부의 날(21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날들 전부가 의미 있지만, 특별히 어버이날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어버이날은 본래 우리나라에서 생긴 것은 아니고 1914년 미국의 제14대 대통령 윌슨이 5월의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에 ‘어머니날’로 정해졌다가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개칭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물론 특정한 날을 정해 부모님께 감사한다는 것이 좀 어색하긴 하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 특히 젊은 세대들, 청소년들에게 있어서는 이날 하루만이라도 부모님을 생각하고 뜨거운 감정을 느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누가 뭐래도 부모님은 자식들이 존재하는 근원적 이유이다. 우리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신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감사와 존경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런데 부모님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를 양육하고, 교육시키고, 심지어 결혼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책임진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에서 인간만큼 ‘어미’의 손길을 그토록 오랫동안 필요로 하는 종(種)은 없다. 그런데 효 사상은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다.

부모가 진정 원하는 효도는 일확천금의 재물도, 입신양명도 아니다. 그저 자식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자신들을 생각해 주는 따뜻한 마음을 기대할 뿐이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자주 전화 드리고, 식사 한 번 더 같이하는 것, 그리고 사랑과 존경, 감사의 말을 전해드리는 것, 이것이 바로 효도가 아닐까.

논어에 이런 구절이 있다.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 즉 ‘나무는 가만 있으려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려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자식들이 제대로 효도 한번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엔 부모님은 이미 우리 곁을 떠나고 없다는 말이다.

‘바쁜 오늘의 핑계가 훗날 후회로 남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찾아보자.

옛글에 ‘도재이(道在爾)’라 하였다. 그 길은 바로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데 있다는 말이다. 부모님은 내게 어떤 존재인가를 다시 한 번 성찰하고, 감사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찾아 실행에 곧바로 옮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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