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례(目禮)라도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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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례(目禮)라도 좋으련만….
  • 時學 洪 景 燮
  • 승인 2011.04.2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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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學 洪 景 燮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홀로’가 아니라 ‘함께’라는 것을 가리킨다. 사람 인(人)자를 보아도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이치를 나타내고 있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더불어(함께) 살아가겠금 조물주가 만들어 놓았다. 그렇기에 사람은 운명적으로 혼자 살 수 없어 여러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챙기지 않을 수 없는 게 예절(禮節)이다. 남 앞에서 나를 낮추는 것은 그런 예의를 행할 때 아주 기본적인 행위다. 동양에서는 꿇어앉아 머리를 숙이는 동작으로 남을 존중한다는 뜻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궤배(?拜)’가 대표적이다. 두 무릎을 접어 앉는 게 궤(?), 그 상태에서 몸을 앞으로 숙이는 게 배(拜)다. 그러나 궤배는 일반적인 인사법의 총칭으로 쓰인다. 좀 더 구체적인 것으로는 돈수(頓首)와 계수(稽首)가 있다. 전자는 꿇어 앉아 있다가 상대를 보고 잠시 머리를 땅에 대는 동작이다. ‘잠시’라는 뜻의 글자 돈(頓)이 들어가는 이유다. 계수는 돈수에 비해 머리를 땅에 대고 있는 시간이 더 길다. ‘머문다’는 뜻의 글자 계(稽)가 그래서 들어간다.

숙배(肅拜)는 몸을 절반만 접는다는 점에서 또 다르다. 숙인 머리를 중간에 거두는 동작이다. 그래서 숙배는 앞의 돈수?계수에 비해 가벼운 예절에 속한다. 편지에 근숙(謹肅), 또는 숙계(肅啓)라고 적는 것은 글로써 그런 예절을 표시하는 경우다.

서 있는 채로 남에게 예절을 표시하는 방법이 읍(揖)이다. 공수(拱手)라고 부르기도 한다. 두 손을 마주 잡은 상태로 가슴에 대고 상대를 향하는 동작이다. 장읍(長揖)은 마주 잡은 두 손을 아래위로 흔들어 경의(敬意)를 표시하는 방법이다.
최상(最上)의 예절은 내 몸을 모두 땅에 던지는 오체투지(五體投地)다. 머리와 양팔, 두 무릎 모두를 땅에 대는 동작이다. 부처에게 모든 것을 바쳐 귀의(歸依)한다는 불가(佛家)의 전통 예법이다. 내 안에 쌓여 있는 모든 오욕(汚辱)을 버리고 청정(淸淨)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데 간헐적으로 이른바 정치지도자들의 행태를 언론매체를 통해 듣고 보는 광경이기는 하나 여?야(與?野)의 후안무치(厚顔無恥)의 몸싸움?입씨름은 국민을 향한 큰 결례(缺禮)이다. 또한 겉으로만 민생(民生)을 외치는, 툭하면 장외투쟁에만 열중하는 정치권 모두 어떤 형식이든 참회(懺悔)의 배례(拜禮)를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국민을 외면하는 무례(無禮)한 작태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우리 이웃은 어떤가? 작은 예(例)로, 한 동(棟)의 엘리베이터 안에서조차도 인사는커녕 냉기가 도는 삭막한 상황이다. 가벼운 목례(目禮)라도 오고갔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 한 마디로 가정, 학교, 사회(국가)가 책임지고 풀어가야 할 과제가 아니겠는가.

옛날 고등학교 때의 선생님 말씀이 떠오른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다.’라고. 사람은 모름지기 예의(禮儀)를 지켜야 사람대접[人間取扱]을 받는다 하였다. 예(禮=拜)는 바로 그 사람의 인격(人格)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아무튼 각설하고 「목례(目禮)」라도 하면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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