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의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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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의정부?
  • 논설위원 허 훈
  • 승인 2011.04.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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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훈(대진대 행정학과교수)
우리가 사는 시대가 문화의 시대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문화가 학령기의 학생들이나 소비하고, 문화예술가들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갔다. 세계적으로도 문화력이 뛰어난 도시들이 창조도시라는 별칭을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최대도시 글래스고우는 공업발전이 침체된 도시에서 현재의 문화도시로, 괴테를 기리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시 등 크고 작은 세계의 도시들이 문화로 발전을 이끌어내 왔다. 국내에서는 청주시가 금속활자 직지를 내세우며 문화도시로 성장하고 있고, 안동은 전통문화의 수도임을 내세우며 발전전략을 세우고 있다.

의정부시도 최근에 문화도시를 꿈꾸는 시책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 의정부시가 R-16 KOREA비보이대회 예선전을 유치하였다. 또 아이가 태어나면 책 한꾸러미를 선물하는 북스타트운동을 벌이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시를 도서관화 하려고 하고 있다. 시장집무실도, 공공기관의 민원실도 시민한사람이 한권의 책을 선정해 읽고 토론하여 공동의 문화적 체험을 갖자는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혁신교육지구에 예비지정 되면서 교육도시로서의 면모도 갖추어가겠다고 한다. 교육도시는 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볼 때 이 또한 반길 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의정부시는 문화의 길로 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가운 일이고, 세계적인 문화도시접근에 의한 발전모델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시설 혹은 문화매체라는 하드웨어와 문화생산과 소비라는 소프트웨어가 적절하게 조화된 것이라야 한다. UNESCO가 정한 문화도시지표에 의하면 문화매체와 문화활동이 조화롭게 발전해야 문화도시라고 할 수 있다. 문화매체는 문화인프라로 볼 수 있으며 문화적 유산, 문예, 음악, 무대 및 조형예술, 영화 및 사진방송 등의 수준을 측정한다. 문화활동은 창작과 생산, 전달과 보급, 수용과 소비, 보호와 기록, 참여 등을 측정한다. 이러한 문화도시의 척도로 보았을 때 현재 의정부시가 하는 문화도시정책은 당장의 문화소비를 늘리는 데는 좋은 정책이라고 볼 수 있지만, 문화도시발전을 위한 문화인프라의 확충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의정부시는 문화인프라 면에서는 역사적 사실들에 비하여 유형적 문화유산이 비교적 적고, 예술의 전당이 있기는 하지만 미술관 등 전시문화, 영화 및 공연예술의 면에서 여전히 미흡하다. 한편 문화활동의 면에서는 더욱 열악한데 생산과 소비와의 연계에 있어서도 그렇고, 문화예술인 및 작품 등의 보호와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열악하다. 예를들어 의정부가 자랑하던 귀천의 천상병시인의 고택은 이미 태안군 안면도로 옮겨졌다. 그랬으면 그를 기리는 문학관에라도 그의 삶과 예술을 옮겨 놓아야 할 터인데, 문학관건립도 때늦은 감이 있다. 미술관하나 변변한 것이 없어 대형건물에 더부살이를 겨우 시작하기도 하였다. 문화도시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결론적으로 시민이 문화를 즐기고 문화를 바탕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급한 것은 급한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하여야 할 것은 한발 한발 내딛어야 한다. 의정부시가 눈에 보이는 문화소비시책에만 매몰되지 말고, 문화도시의 큰 흐름을 잡는 미래를 위한 문화계획을 세워주길 바란다. 의정부하면 떠오르는 ‘스타 문화프로젝트’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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