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비와 우산에 숨겨진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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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비와 우산에 숨겨진 일화
  • 논설위원 장곡 이덕근
  • 승인 2011.04.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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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谷 이 덕 근

외출시 방사성 비를 피하려면 우산이 요긴하다. 우산은 방사능이 아니더라도 우천 시에 없으면 아쉬운 생활 용품이다. 우산의 역사에 관해 별로 아는바가 없다. 어떻든 비나 햇볕을 가리우기위해 오래 전부터 우산(양산)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핵문명이 열리면서 방사성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이 필요하게 된 것은 요즘이다. 이에 핵공포와 방사성 비에 관련된 잡담과 우산에 얼킨 일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날이 가면서 수그러드는 것이 아니라 그 피해가 후쿠시마 인근 지역을 벗어나 넓게 번져간다. 원전에서 흘러나온 방사성 물질이 기류와 해류를 따라 일본 열도는 물론이요, 한반도에서도 방사능 공포로 근심꺼리 하나가 생겨날 모양이다. 무서운 일이다. 원전사고로 방사능 확산이 그 만큼 심각하다. 지리적으로 안전하다는 한국, 그런데 남동 계절풍과 해류의 흐름으로 인해 안심할 수 없는 모양이다.

당장 비가 걱정이란다. 공기 중에 방사선 물질이 빗방울에 흡착되어 떨어진다고 한다. 토양이 오연되고 지하수 오염은 물론, 우산 없이 외출하기가 꺼림직하다. 그래서 각급 학교에선 임시휴교령을 내려 등교치 않는 학교도 있단다. 우산이 없으면 아예 외출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원전이 없었던 시절에는 생각지 못한 비극이다. 핵에너지를 발견하고 원자폭탄을 만들어 세계2차대전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기에 투하하므로 일본제국을 항복시킴으로 원자핵폭탄의 위력과 방사능의 무서움을 알게 됐다.

원전은 핵폭탄 원리에서 우라늄 원자핵이 분열 할 때 연쇄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제어기술로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길이 열리면서 전쟁용 폭탄 아닌 평화적 산업용 신생에너지인 원자력발전(원전)이다. 원전이 청정에너지로 각광을 받던 시절도 잠시다. 구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원전이 안전하고 값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환경운동가들로부터 원전건설 반대운동이 시작된다. 원전이 핵폭탄과 구별되는 평화적 이기라고 하지만, 원전에서 발생하는 인체에 유해한 방사능이 문제이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심각성도 오랜 기간을 두고 인체와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방사능이 무섭기 때문이다.

어쨌건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비에 흡착돼 떨어지는 낙진을 조심해야 한다. 방사능에 오염된 비를 피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수단으로 외출을 삼가거나 우비(雨備)로 우산을 생각하게 된다. 비바람이 심할 땐 우산도 소용없다지만 비 오는 날 길을 나설 때 매우 요긴하다. 그래서 옛적부터 우산이 우비로 애용됐다.

요즘은 흔하고 흔한게 우산이라 집집마다 우산 없는 집이 없다. 그러나 나의 어린 시절은 사정이 달랐다. 물자가 귀한 시절이라 우산은 사치에 가까운 귀중품 대우를 받았다. 그 시대엔 우산 없는 집이 많았다. 도회지와 달리 농촌에 우비로 삿갓이 있고 짚이나 풀로 엮어 만든 도롱이 정도이다. 그것을 머리에 쓰거나 어깨에 걸치면 농사일에 훌륭한 비 가림 우비가 된다. 그러나 그런 우비로 등교하는 학동은 없다. 그래서 대개의 농촌 학동들은 아마포대를 뒤집어 쓰거나 비를 맞으며 10리 20리 먼길을 걸어서 초학교엘 다녔다. 대중교통수단이 전무한 시절이라 여름 장마철 장대비를 맞아가며 등교 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이면 흠뻑 젖은 옷을 입은 체로 한기를 느껴가며 수업을 받았다. 큰비가 아닌 경우엔 교실에서 체온에 옷이 자연 건조되나 억수 같이 큰비가 오는 날은 온 종일 젖은 상태로 추위에 떨어야 했다. 고뿔(감기) 같은 것은 걱정도 아니다. 설사 감기에 걸렸다 해도 약을 먹거나 병원을 찾은 기억이 없다. 하기야 그땐 감기정도는 환자도 아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겐 믿기지 않겠만 그것은 사실이다. 가난한 시절이라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등교하는 학동이 태반이라 창피하다거나 기죽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어린 마음속엔 우산을 받쳐 쓴 친구가 부럽던 것은 숨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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