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흡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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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흡한다, 고로 존재한다.
  • 논설위원 서기원
  • 승인 2011.04.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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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논설위원)
병원에 있다 보면 임종을 앞둔 사람들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저금 전까지만해도 숨을 쉬던 사람이 숨을 더 이상 쉬지않고 이 세상과의 이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호흡한다는 것,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한 것이고 기적같은 것인가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생명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들숨 날숨의 호흡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여러 정의들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정의들은 가장 원초적이고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 정의들이다. 이성적동물(Homo Sapiens), 도구를 만드는동물(Homo Faber), 놀이하는동물(Homo Ludens), 종교적인 동물(homo ㄱeligiosus) 등등 많은 정의들이 있지만 이러한 정의들은 자신의 관심에 따른 인간의 정의에 불과하다. 인간은 이러한 것들보다도 우선해서 다른 여타의 생명체와 더불어 호흡하는 존재이다.

구약성서에서는 이를 생기를 불어넣었다고 표현한다. 물리적 육체에 호흡할 수 있는 힘을 불어 넣었다는 말이다. 고대 그리스인들도 또한 인간의 생명을 프쉬켄(Psyche)라를 말로 표현하였다. 이 말은 오늘날 정신 또는 영혼을 뜻하는 말로 번역되어 psychology 등에 반영되어 영어로 심리학을 뜻하는 의미로 전용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원래의 뜻은 ‘생명’이라는 뜻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영혼을 생명과 동일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죽음이란 영혼이 빠져나간 것이다. 호흡하며 사는 것을 영혼의 작용이라고 본 것이다. 근대철학을 열었던 철학자 데카르트 또한 인간은 뇌 가운데 송과선을 통해 신이 인간에게 날마다 생명을 불어넣어주기에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중국인들은 이를 기(氣)혹은 도(道)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고대 인도인들은 브라만/아트만에 입각해서 이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생명의 씨앗이 인간 개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명상과 요가를 통해 호흡을 조절하여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지혜를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인도인들이다. 우리 조상들 또한 유대인이나 그리스인들과 다르지 않게 유사하였다.

유교적 세계관에 의하면 인간은 혼백(魂魄)으로 구성되어 있다. 죽음이란 이 혼(魂)과 백(魄)이 나누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어에서 죽음에 관한 표현에 ‘돌아가셨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는 말도 되고 ‘조상님들이 계신 곳으로 돌아갔다’는 말도 된다. 유교적 세계관에서는 죽은 뒤에도 사람들은 저승 어딘가에 살아남아서 살아있는 후손들의 제사 밥을 먹으며 산다. 그래서 유교적 세계관에서 1차적 효도란 살아계실때 잘 해드리는 것이고, 돌아가신 후에는 묘지를 돌보고 제사를 잘 지내는 것이 2차적 효도였다. 이것을 잘하는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할 노릇을 했다고 생각하였다. 이처럼 거의 모든 문화가 호흡하는 것에 대한 그리고 호흡이 멈추는 것에 대한 사색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였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인간의 지혜가 인간의 문화의 근간(根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호흡은 물리적으로 산소 흡입을 통해 이루어진다. 산소를 마시고, 뿜어내는 과정이 생명현상인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이 산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여러 식물들이다. 그리고 식물을 자라게 해주는 햇빛과 물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산이 남벌되고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서 여러 가지 하천이나 강이 훼손되어 생태계의 균형이 깨어져 가고 있다. 어떤 생물학자에 의하면 인류의 출현은 산소시대에 비로소 생겨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전의 생명체들은 이산화탄소를 먹고 살았는데, 이른바 산소를 너무 배출하게 되어 산소대재난을 통해 멸망했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산소의 양을 늘리기 보다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증가시켜 점점 지구온난화를 가져오게 되고, 지구가 점점 뜨거워져서 빙하가 녹고 폭염이나 이상기온이 지속되는 사태를 만들어 가고 있다. 과연 우리가 이러다가 우리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넘겨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는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당장 피부로 와 닿지 않고, 자신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산화탄소의 감소를 위해 실천적으로 다가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이 이산화탄소 흡입기를 만들어 바다 속에 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그야말로 임시방편이다. 하루 빨리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국제적 차원에서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작게는 우리 생활속에서 걷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환경단체에 가입하고, 하이브리드카(Hybrid car)를 산다든지 하는 것들을 실천할 수 있다.

시간이 별로 없다. 지금 가이아(Gaia)라는 생명체인 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도 사람도 호흡하기 힘들어진 세상이 되었다. 인간은 호흡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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