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義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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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義란 무엇인가
  • 관리자
  • 승인 2011.02.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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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學 洪 景 燮

최근 들어 정의, 평등, 공정이란 단어들이 심심치 않게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중엽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주창했고 때맞추어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원제 : 정의,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제목의 서적이 수 주간에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치 정의 사회, 공정한 사회를 갈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

고대 희랍의 철학자들은 정의를 ‘각 개인에게 그가 마땅히 가져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고 보았는데 이 견해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누구에게 무엇을 공정하게 주기 위해서는 무엇이 그 사람에게 속한 것인지를 판단할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법이 그 기준이 된다는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즉 정의를 법과 불가분의 관계로 보는 것이다.

영어에서 정의를 뜻하는 Justice가 판사를 뜻하기도 하고 처벌의 의미로 쓰이는 것도 서양의 철학적 사고에 자리 잡고 있는 정의와 법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당연히 법 없는 정의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법대로만 하면 정의가 실현되는 것인가? 모든 법은 다 정의롭고 공정한 것인가? 공정한 법과 공정치 못한 법을 구분하는 보다 높은 수준의 판단기준은 무엇인가? 정의의 본질에 관한 수많은 질문이 제기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정치적 정의 실현에 먼저 관심을 기울였다. 로마시대 전쟁포로나 미국 초기시대 흑인은 승자 또는 백인에 비하여 열등하기 때문에 노예가 되는 것이 당시의 정의였으며, 동서양을 말론하고 귀족의 신분과 특권은 법적으로 보장되고 세습되었다. 오늘날 선진국이라 하는 국가에서도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하여도 여성은 남성보다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참정권 제한을 받았다. 오늘날 이러한 정의와 법은 더 이상 설 땅이 없다. 모든 인간은 개인 간 차이를 넘어 인격적으로 평등하다는 신념이 승리하였고 이를 기초로 하는 민주 정부는 시민의 신체적, 정치적 기본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오늘날 정의 문제는 경제 분야에서의 불평등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실 서방 선진국에서는 20세기에 걸쳐,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함께 교육기회 확대, 기술 발전, 세제 개혁, 복지정책 실시 등 여러 요인으로 절대 빈곤층은 줄어들고 중산층이 확대되어 왔다. 그럼에도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모든 국가에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경제 활동에 관한한 인간은 불평등하다. 어떤 사람은 남보다 튼튼하거나, 영리하거나 재능이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남보다 부지런하거나 모험심이 강하다. 우리의 시장경제체제는 능력이나 역량에 있어 개인 간 차이를 인정하여 보상하는 체제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남보다 뛰어나기 위하여, 즉 남과 같지 않기 위하여 노력한다. 경쟁과 불평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의 재능이나 능력, 노력의 차이에서 오는 불평등한 결과를 정당한 것으로 인정한다. 오히려 개인 간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똑같은 결과를 준다면 그것이 불평등하고 정의에 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경제적 불평등이 문제되는 것은 그것이 시민의 기본권과 사회 안정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가 진전되고 지식이 부의 기반이 되는 현대사회에서 경제적 계층 간 수입 격차는 점점 확대되고, 부의 불평등은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가난이 대물림되는 현실, 균등한 기회라는 소중한 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분명 정의 문제를 제기한다. 어느 정도까지의 경제적 불평등이 용인될 수 있는가? 정의를 위해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은 제한될 수 있는가? 어떻게 기회의 평등을 보장할 것인가? 법과 제도는 충분히 타당한가? 어려운 문제들이나,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정의는 법을 만들고 지키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정의는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 특히 지도자들의 절제, 양보, 중용의 미덕을 요구한다. 2,000여 년 전 동서양 사상가들이 이미 설파한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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