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식 복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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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쓰기식 복지는 끝났다
  • 한북신문
  • 승인 2026.06.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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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선 신한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임원선 신한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향후 4년간(2027~2030년) 각 지자체 복지의 나침반이 될 ‘제6기 지역사회보장계획’의 수립이 본격화되는 시기를 맞이했다. 마침 올해는 이 제도가 도입된 지 만 20년이 되는 해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成年)의 나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 지방자치단체들이 복지 행정에 있어 그에 걸맞은 성숙함과 주도권을 보여주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지난 5기에 걸친 계획들은 상급 기관의 매뉴얼을 그대로 답습하는 ‘받아쓰기식 계획’, 예산을 짜 맞추기 위한 ‘백화점식 사업 나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제6기 계획마저 관성적인 행정 과업으로 치부한다면 경기북부의 복지 미래는 없다. 이제는 형식적인 계획 수립의 고리를 끊고 지자체의 ‘자기결정권’을 바탕으로 한 전면적 혁신에 나서야 할 때다.

경기북부의 각 시·군은 분산된 농촌형 노인 돌봄 수요,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구의 급증으로 인한 이주민 융합 과제, 군사 규제 지역의 특수성 등 남부와는 확연히 다른 복지 생태계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민낯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지자체의 독자적인 권한과 가용 예산을 집중 투입할 수 있는 ‘시그니처 자체 사업’을 발굴해 계획의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

성공적인 자체 중심의 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세 가지 실천적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통계 수치 뒤에 숨은 주민들의 실질적인 ‘욕구’를 읽어내는 과학적 조사가 필요하다. 관내 복지관의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 수준을 넘어 경기북부 특유의 인구 이동과 복지 사각지대를 포착하는 정교한 조사가 계획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실질화다. 민·관 거버넌스의 핵심인 협의체가 단순히 계획을 심의·의결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제안하고 자체 사업의 우선순위를 치열하게 논쟁하는 용광로가 되어야 한다.

셋째, 행정의 과감한 예산 배정과 단체장의 의지다. 국·도비 매칭 사업의 부담 속에서도 지역 맞춤형 자체 복지 사업을 위한 독자적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정책적 결단이 필수적이다.

받아쓰기는 끝났다. 이제는 우리 지역의 언어로 우리 주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위대한 복지 서사를 지자체 스스로 써 내려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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