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이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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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이제는 없다
  • 한북신문
  • 승인 2026.04.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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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 법률사무소 후 대표변호사
김 후 법률사무소 후 대표변호사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래 70년 넘게 유지돼 온 친족상도례가 올해부터 사실상 폐지됐다.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절도·횡령·사기 등 재산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형을 면제해 주던 조항이 삭제됐다.

이제는 친족 간 재산범죄도 피해자가 고소하면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일원화됐다.

도화선이 된 건 방송인 박수홍 사건이었다. 친형 부부가 수십억 원의 출연료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는 과정에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형사 처벌의 문턱 자체를 넘지 못하는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치매 노인의 부동산을 자녀가 빼앗아도 부모가 자녀 몰래 통장을 비워도 형사 처벌이 불가능했다.

‘가정의 화목을 지킨다’는 취지가 오히려 침묵을 강요하는 장치로 작동해온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이 조항이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국회는 지난해 12월30일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의미 있는 변화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확산으로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독립된 재산 주체가 된 지 오래다.

‘가족의 재산은 공동 소유’라는 전제 위에 세워진 제도가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지는 수많은 피해 사례가 말해준다.

가족이라는 관계가 오히려 범행을 용이하게 하고 피해자를 옥죄는 구조를 법이 방조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실무에서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친고죄로 전환됐다는 것은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결심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가족 간의 복잡한 정서적 관계 속에서 고소라는 결단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압박과 갈등이 뒤따를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합의나 회유로 고소를 취하시키는 2차 피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이 바뀐 것만큼이나 피해자가 고소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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