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이북의 자긍심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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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이북의 자긍심 살리기
  • 관리자
  • 승인 2011.02.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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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 신은영(글과 생각 대표)
양주에서 열린 문학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마침 그날 이야기의 주제는 ‘고향’에 관한 것이었고,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양주가 고향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딱히 양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파주의 신산리와 양주의 신산리가 우리 조성들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것이 몇 년 되지 않는다. 솔직히 조상땅 언저리에 살고자 해서 양주에 살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단지 땅에는 주기가 있기 마련이라 예부터 중심이었던 곳은 반드시 그 이유가 있으리라는 것과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키우던 강아지와 눈치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집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다. 그리고 거의 강산이 한 번 바뀔 만큼 세월이 흘렀다.
그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나의 생각에 동조하는 듯한 말을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런 말을 해 준다. 서울에서 살다가 사람의 일이 잘 안 되면 양주로 들어오고, 여기서 또 신마저 버리게 되면 동두천으로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다고. 그래서 서울에서 이사를 오게 된 경우에 경기 북부에 산다는 말 자체를 못하게 되는데 내 글을 읽고 위안을 얻었다 한다. 사실 나는 그 말을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지금 버림받은 땅에 살고 있단 말인가?
얼마 전, 내 마음에 딱 드는 커피점을 발견하게 되어 아지트 삼아 혼자서도 잘 가는 곳이 있는데, 그 곳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사실 예전에 우리 집은 사업을 하다가 40억을 부도 맞고 어쩔 수 없이 여기에 들어오게 된 거야.’ ’언니도 그랬어? 우리도 비슷해.’ 에르메스와 구찌의 마니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 문학회 모임에서 들었던 소리가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나도 그런가?
사실 가진 돈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지만, 설령 넉넉했다고 했더라도 지금 살고 있는 곳을 선택했을까? 글쎄, 아무리 수중에 돈이 많더라도 살고 있는 곳의 공기를 바꾸기는 힘들 테니까 당연히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생활터전이 아직은 서울에 있어서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에, 전철도 있는 곳에 밭에서 나는 채소를 직접 따기도 할 수 있는 조금 여유로운, 삶이 한가로운 지역. 원주민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중앙정부의 관심을 덜 받은 것이 오히려 사람이 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을 갖게 된 같다. 이 같은 생각은 이웃인 모 호텔의 지배인, 프로그래머도 같은 것 같아 반갑다.
전쟁 탓에 경기 북부는 군사시설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살기에는 불편한 세월을 견디게 했다. 투자마저도 요원해 대부분의 투자가 경기 남부로 돌려지는 상황을 경험해야 했다. 아직 한반도는 대치상황이고 이것은 경기 북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경기 북부 사람들은 (본의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특히 서울 지역과 경기 남부 지역에게) 양보와 배려와 인내해 온 세월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만 하다.
전쟁으로 얼룩진 현대사 이전에 한강이북 지역은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임금이 있고, 나라의 중심이 있어 구하는 것이 있다면 서울로 와야 했던 시절에도 각 지방은 제 각각의 색을 갖고 존중 받았다. 자연의 덕, 사람의 덕으로 그 곳에 머무는 사람들로 인해 귀한 땅이 되어 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귀한 땅이 떠나야 할 곳이 아닌, 자긍심을 갖고 지켜내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땅이 되기 위해 지금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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