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고드름
상태바
수정 고드름
  • 관리자
  • 승인 2011.02.09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 태 진

하얀 눈과 함께 가을의 전령사
노란 개나리 피어나면 봄이고
붉은 능소화, 접시꽃 피어나면 여름인듯
고드름은 겨울의 한 가운데 왔음을 알게 한다

예리한 얼음송곳 같은 생김새에 혹한의 느낌
차가운 기운을 널리 알리는 고드름
하얗게 쌓인 눈을 포근한 솜이불로 얘기하니
억울한 일이고, 외모로 추운 정도를 판단하니 온당치 않다

눈부시게 청명한 겨울날
옅은 한낮 햇볕에도 녹아내릴 고드름은
변변한 장난감이 없던 시절
추억의 한 자락 속으로 이끈다

슬레이트 지붕, 처마밑 어디든 돋아나는 고드름
얼마나 재미있고 훈훈한 놀잇감
누가 더 오랫동안 손에 쥐고 있나도 겨뤄보고
차갑고도 미끌거리는 감촉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각시방 영창에 달아 놓아요.’
윤극영 선생의 동요 노랫말도 가물가물해진 요즘
푸른 창공을 가르는 투명한 고드름에 뜻깊은 여운이 말없이 무심히 뚝뚝 흐른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