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逆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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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逆鱗)
  • 한북신문
  • 승인 2024.01.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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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2014년의 간지는 갑진(甲辰)이니 용의 해다.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편에 용에 관한 그 유명한 이야기가 나온다.

“무릇 용이란 짐승은 길들여서 탈 수 있다. 그렇지만 용의 목 아래에는 지름이 한 척 정도 되는 거꾸로 배열된 비늘 즉 역린이 있다. 만일 사람이 그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용은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그리고 이 <역린(逆鱗)>을 이렇게 부연설명하고 있다 “군주에게도 마찬가지로 역린이란 것이 있다. 설득하는 자가 능히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 설득을 기대할 만하다.”

용(龍)은 유일하게 실상이 아닌 상상의 동물인데 용을 뜻하는 우리말 ‘미르’, ‘미리’는 물, 강을 의미하는 ‘미’, ‘매’에서 왔으므로 적어도 우리민족은 이 상상의 동물을 <물의 신>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는 은하수의 우리말 미리내에서도 알 수 있다.

그랬던 용이 중국적 개념이 도입되면서 천신으로 변화하여 고구려고분에서는 동쪽을 담당하는 천신인 <청룡(靑龍)>으로 나타나고 이윽고 유고 성리학적 도상(圖像)으로 변신하여 <왕(王)>을 상징하는 동물이 되었다.

이에 연결된 관점에서 두드러진 사상이 바로 역린(逆鱗), 즉 왕의 비위를 거스리거나 심기를 어지럽히는 일, 나아가서는 역모를 꾸며 왕에게 저항하여 죽음에 이르는 상황을 ‘역린을 건드렸다’고 표현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총선이 예정되어 있고 이 총선은 이후 우리나라 정치 행로에 대단히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이후 대선의 추이 역시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되는 동시에 기존의 국회의원을 얼마나 사명감 있고 참신한 전문가로 대체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거대 양당의 입지가 확보된다는 정치전문가의 예측을 따라 공천의 성공이 곧 대선 승리라는 전략을 세우고 있고 당연히 기존 정치인은 물론 나름대로 정계 입문을 준비해 온 정치 초년병들까지 모두 이런 사연, 저런 경력을 앞세워 벌써 총선 싸움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 모두는 잉어가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 마침내 「용문(龍門)」에 오르면 「용(龍)」이 된다는 그 전설의 주인공을 스스로 자임하며 일생일대의 꿈을 꾸는 중이다. 하긴 <등용문(登龍門)>이 아니더라도 오랜 세월 깊은 못에 잠겨 수련을 거듭하면 <이무기>도 마침내 하늘로 올라 용이 된다하였으니 나름대로는 자신을 세상에 나설 때가 왔다고 생각하는 터이리라.

대한민국의 헌법은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하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확증하고 있다. 즉 왕정 시대의 주권자와는 달리 현재의 주권자는 국민이라는 뜻이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이 추구하는 가치와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과세가 바로 <역린(逆鱗)>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이른바 배를 띄우는 것은 물결이지만 그 배를 뒤집는 것도 물결이라는 기본적인 상식에 철저하지 못하고 주권자의 역린을 건드리면 그 결과는 죽음이라는 사실을 용의 해, 중요한 총선의 해의 문을 열며 가장 먼저 상기시켜 주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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