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로 공부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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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로 공부하게 하라!
  • 한북신문
  • 승인 2023.12.1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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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현존하는 세계의 도서관 중 장서 규모가 가장 큰 도서관은 3000만권을 소장하고 있는 미국 의회도서관이다. 역사라고는 겨우 200년 안팎을 헤아릴 뿐이나 도서관의 순위를 매기는 가장 기본인 장서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시아에서 장서량이 가장 많은 일본국립도서관 역시 의회와 관련이 있다. 1872년에 세워진 제국도서관을 1948년 중의원도서관, 참의원도서관과 통합하여 세웠는데 장서량은 680만권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서량이 가장 많은 도서관 역시 1945년에 건립된 국회도서관으로 장서량은 220만권이다.

왜 나라마다 가장 장서량이 많은 도서관이 이렇게 모두 국회도서관일까? 해답은 책을 가장 많이 읽고 공부를 가장 많이 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법을 만드는 사람이니 자신이 만들어 국민 모두에게 이를 기준 규범으로 제시해야하는 국회의원들이야 말로 법제 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공부하고 해당 의안에 대한 정밀한 기본정보를 확인해야할 국민적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근래 국회에서 확인된 전문지식이 모자라는 의원들의 “이모가 어쩌구”하는 발언들은 이미 블랙 코미디 수준이 작태를 넘어 그들이 발의하고 심의하여 채택한 일련의 법제들이 과연 정당성과 법리들을 갖춘 지킬만한 가치 있는 규범들인지 의구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의정부시에도 의회가 있고 시민들이 선택한 시의회 의원들이 4년의 임기로 활동하고 있다. 당연히 그들의 임무는 시의 행정과 재정 집행의 정당성, 적합성, 적법성을 따지고 당면한 시정에 필요한 법적 근거인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고 시정 전반에 시민들의 요구와 필요를 반영하는 데 있다. 물론 당연히 해당 사안 하나하나가 전문적인 지식에 바탕한 판단이 필요하고 상식에 입각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

시의원 중에 행정 경험을 가진 고위 행정직 출신을 찾을 수 없다. 시의 과장, 국장을 거친 경험자가 의회에 진출하지 않는 것이다.

행정 경험이 없으니 당면한 사안에 대한 이해 역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의원들은 전문서적을 읽고 공부해야만 의원 본연의 임무를 감당할 수 있다. 의정부시의회가 의정부시도서관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 아닐까? 시정을 감시하는 의원들이라면 적어도 시정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시장과 공무원들 그 이상은 안 되어도 최소한 만이라도 사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하는 기본 소양과 전문지식은 갖추어야 한다. 초선보다 재선이 그리고 재선보다는 3선 의원이 의장을 비롯한 의회지도부에 뽑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의 시의원들은 책 읽고 공부할 시간이 거의 없다. 그들은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시의원 본연의 임무와는 아무 상관없는 지역행사, 단체의 여행 바래기, 조경사에 얼굴 보이기에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허비하고 있고 저들을 공천해준 지역 당 책임자가 관련된 온갖 행사에 동원되어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

그래 가지고야 어찌 그들에게서 바람직한 시민 대변, 조례제정, 행정 감시의 순기능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일까? 이제야말로 그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시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들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각종 행사에 그들을 부르지도 말고 혹여 오더라도 야단쳐 돌려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평가와 재선의 여부는 오직 그들이 어떤 조례를 만들었고 어떤 발언을 하였으며 무엇을 지적하여 고쳤는지의 여부와 업적만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그것이 지방 자치가 올바르게 발전하고 의회의 순 기능이 확대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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