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정치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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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정치 이대로 좋은가?
  • 한북신문
  • 승인 2023.09.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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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논설위원·상지대 대학원 안보학과 교수
조용만 논설위원·상지대 대학원 안보학과 교수
조용만 논설위원·상지대 대학원 안보학과 교수

 

학문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Politika)>에서 “정치란 폴리스의 행복이라는 철학과 직결되며 개인의 진정한 행복은 도덕과 질서가 바로 선 국가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고 국가 공동체의 도덕과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 정치가의 임무”라고 하였다. 2370여 년 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늘의 한국 정치사회를 꿰뚫어 보고 한 말 같아 간담이 서늘하다.

한국의 정치사회를 잠시 살펴보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첫째, 정치는 국민의 행복과 직결된다고 했는데 최근 은둔·고립 청년이 54만 명, 출산율 세계 최하위 0.7명, 2018~2020년 통계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등 한국은 올 3월에 발표한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 2023>에서 137개국 중 57위, OECD 38개국 중 최하위인 35위였다. 이는 경제인과 국민들이 국력을 세계 10위권 이내로 만들었는데도 국민의 행복 지수가 최하위인 것은 정치인들의 철학이 최하위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둘째, 진정한 행복은 도덕과 질서가 바로 선 국가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는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각종 범죄 의혹에 휘말려 어떤 말을 해도 국민의 대다수가 코웃음을 친다. 법인카드의 사적 유용이나 검찰의 출두를 깔아뭉개는 것은 일반 국민은 생각도 못하는데 도덕의식이 없어서인지 거물이라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서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윤미향과 김남국, 대장동 50억 클럽의 곽상도와 같은 입법 정치인들, 박영수 전 특검 등도 도덕과 질서가 습관화된 지도자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정치가 극도의 진영논리로 함몰되고 있어 남남갈등을 넘어 동일 진영도 분열에 빠지고 있는 점이다.

요즘 정율성과 홍범도 장군 문제로 동일 진영 내에서도 의견이 분파되어 사색당파를 만들려 하고 있으니 도대체 국민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인지 가슴이 먹먹하다.

필자는 이에 대한 해법을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15세기 명나라의 탁오(卓吾) 이지(李贄)는 ‘시비선악에는 정체(定體)가 없고 전부 상대적·병존적이라고 하면서 나도 50 이전에는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따라서 짖는 한 마리의 개에 불과하였다’라고 하였다. 즉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는 사리 판단이 부족하거나 시대 상황이 어쩔 수 없어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후에 잘못을 깨닫고 옳은 길로 돌아와 애국 애민에 힘썼다면 의인으로 봐야 한다. 즉 개관사정(蓋棺事定 : 관의 뚜껑을 덮고 난 뒤에야 안다)의 기준을 적용하여 논쟁을 종식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정율성도 홍범도도 부분적으로는 존경을 받을 점이 있지만 남한의 정체성과 가치관 입장으로 보면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흠모의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

온통 사회가 진영논리로 전진 없는 답보상태를 거듭한다면 영국의 라몬 파르도 교수가 예측한 ‘한국은 더 이상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역할을 할 ‘제3의 고래’는 물 건너간다. “정치는 다른 많은 사람들을 포함하고 그 목적이 인간의 선이기 때문에 최고의 예술이다”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상기하면서 이제라도 우리 정치인들이 극단의 진영논리를 자제하고 룰(rule)을 지키며 선의의 경쟁과 타협을 하는 건전한 정당정치로 돌아가 최고의 예술을 펼쳐보길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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