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패스, 시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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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패스, 시민사회
  • 한북신문
  • 승인 2023.08.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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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성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前의정부지검 부장검사
이임성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前의정부지검 부장검사
이임성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前의정부지검 부장검사

우리나라 전체 범죄발생건수는 감소추세다. 지난 2013년 200만건을 넘은 후 계속 줄고 있다. 코로나19기간에는 연간 150만건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에 더해 범죄검거율은 같은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니 우리 사회가 범죄통계상으론 시민 안전이 확보된 것처럼 보인다.

실제 우리 주변에 밀접한 ‘업폭절’ 3대 범죄 사건이 확 줄었기에 더욱 그렇다. 업폭절 범죄, 즉 업무상과실의 교통사고, 폭력사건과 소매치기등 절도사건이 줄어든 것은 아마도 길거리CCTV 증가와 통신, 금융 수사기법 발달의 덕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 범죄동향통계를 보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범죄는 대폭 늘었다. 특히 소년범죄, 묻지마범죄 등은 증가추세다. 형사실무 변호사로서 사건을 접한 소감으로는 흉악범죄도 같이 늘었다.

이쯤 되면 19세기 이태리 형법학자인 엔리코 페리의 범죄포화법칙이 떠오른다. 페리는 어떤 사회든 일정량 범죄가 발생하는 게 당연하고 그 양이 늘거나 줄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에 벌어진 신림역 묻지마 칼부림 살인사건은 우리 사회의 길거리 안전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범인은 우리 사회 한 구석에 숨어있는 반사회성 인격장애 범죄자다.

그는 소년범죄 전력만 해도 14건이라고 한다. 겨우 12살 되고 나서는 경찰서와 법원 검찰청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어릴적부터 흉악범죄를 저지를 성향을 내보였다. 성인이 되고나서는 폭력전과도 여럿이다. 싸이코패스 범죄자인게 분명하다.

싸이코패스는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이 없는 극도의 잔인성을 가진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며 현재의 일을 시시하게 생각한다. 그럴듯한 겉치레를 하며 지나친 자기주장을 한다. 나름 언변이 유창하고 전문용어도 구사하며 착한 척 가장한다.

이들은 ‘가면을 쓴 인격자’다. 이런 류의 싸이코패스들은 아무리 어려도 부모와 가정이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학교와 공교육도 이들을 감당키 어렵다는 게 드러났다. 또한 경찰과 수사기관의 사후적 대응으로는 피해예방에 역부족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흉악 강력범죄에 무방비 노출된 상태다. 이젠 우리 사회를 불안에 떨게 하는 ‘묻지마 길거리 범죄’에 대한 밀도 있는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정교한 ‘흉악범죄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싸이코패스 범죄자들로부터 촘촘하게 시민과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가정과 학교와 국가수사기관 외에도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복지기관, 지방공무원 조직들까지 모두 함께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어느 누구도 먼저 이런 궂은일에 선듯 나서려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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