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한판과 필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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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한판과 필로폰
  • 한북신문
  • 승인 2023.08.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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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성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前의정부지검 부장검사
이임성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前의정부지검 부장검사

 

지난 7월 5일 대검찰청은 2022년 국내 마약류 범죄 백서를 발간했다. 그 자료를 보면, 작년 한 해 마약류 사범은 1만8395명이 적발되었다. 이는 4년 전인 2018년에 비해 45.8% 증가한 수치다. 또한 범죄연령도 30대 이하가 59.8%로 낮아졌다.

마약에 관련된 범죄는 증가하고 있고 저연령화 되었다. 한때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으로 이름 높았다. 그러나 이미 2016년도에 오랫동안 유지했던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었고 지금까지 이르렀다.

요즘은 마약거래가 SNS, 텔레그램, 다크웹과 가상화폐로 가능하다. 접근이 쉬워진 것이다. 가격도 저렴해졌다. 10년 전 필로폰 1회 투약량(0.05g) 가격이 10만 원 내외였지만 지금은 브랜드 피자 한판 값도 안되는 2~3만 원선이다.

최근 들어 우리 정부도 마약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얼마 전 법무부 주도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억제 정책의 단기 목표는 마약청정국 지위 회복이다. 우선 마약과의 전쟁에서는 검찰, 법원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한편, 2020년의 검·경수사권 조정이후로 예전과 달리 검사들은 마약 투약사범과 알선·공급책 수사를 못하고 있다. 검사들은 500만 원 이상 밀수 사범만 수사가능하다. 마약 사건은 단순 투약부터, 알선, 공급 등 그때그때 걸리면 적극적인 유통경로와 공급망 수사를 해야만 전체 마약 조직의 뿌리와 실체를 알수 있다. 지금처럼 마약 투약꾼과 알선·판매책 수사를 경찰만 담당하면, 단속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이 시점에서 마약수사 패러다임 재검토 즉 마약수사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귀)’도 필요하다.

사실 마약범죄의 전모를 파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범죄통계에 잡히지 않는 마약범죄가 100배 더 많다는 통계도 있다. 법원, 검찰의 노력만으로는 마약범죄에 대처하는 건 명백한 한계가 있다.

마약에 관련된 모든 정부기관의 대응 노력이 필수적이다. 국가정보원은 특히 해외주재관을 통한 국제적인 마약 공급망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야 한다. 관세청은 현재 전국 세관에 마약조사관을 증강 배치했으니, 공항과 항만의 수출입 통관 검색을 강화해야 한다. 광대역 국내 수사권을 가진 경찰은 사이버 SNS를 통한 비대면 공급책들과 길거리 투약사범 단속에 치중해야 한다. 교육청은 각급학교 교과과정에 마약 관련 사항을 포함하고 복지부는 사후적인 중독자 치료와 재활 시설확충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마약문제 대응에 시민사회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지 않게 하려면,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지금은 지역사회 구석구석에서 남몰래 벌어지는 국지적인 마약범죄에 관심을 높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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