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어려운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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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수능·어려운 수능
  • 한북신문
  • 승인 2023.06.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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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논설위원
권영일 논설위원
권영일 논설위원

 

‘교수님, 제발 수업시간에 가르치신 내용 안에서 출제를 해주세요.’ 필자의 강의평가에 대한 어떤 학생의 수업평가 코멘트이다.

물론 시험공부가 어렵고 또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그 스트레스를 수업평가 코멘트로 푼 모양이다.

지금의 교수들에게는 학생들의 수업평가점수와 수업평가 코멘트가 매우 중요한 교수업적평가 중 일부이다. 암튼 이 학생의 이 코멘트에 대한 필자의 수업시간 답변은 “야, 수능은 배운 데서만 나오디? 수업시간에 안 가르쳤어도 정답을 쓰는 학생이 있어. 대충 열심히 하고선 죽기 살기로 열심히 공부한 애하고 똑같은 성적을 달라는 거 아냐.”하는 야단이었다.

2024년 수능이 다섯 달가량 남았는데 수능출제 범위와 난이도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윤대통령은 공정한 수능을 언급하며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하였다고 한다.

교육부 장상윤 차관은 추가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 수능 시험문제가 공교육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돼 학교 교육을 통해 충분히 시험을 대비할 수 있도록 관리해 학생 사교육으로 안 내몰게 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교육전문가와 언론들에서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발언과 대통령실과 교육부장관의 이런 저런 해명이 오히려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교육부 입시담당국장의 문책 인사, 출제기관 감사 등으로 암튼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는 강해 보인다.

대부분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와 같은 대통령의 사교육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교육과 입시정책에 대해 동의할 것이다.

그렇지만 교육현장에서 수 십 년을 일해 온 필자의 경험으로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왜 배우지 않은 데서 문제가 출제됐나요?’ 하는 주장과 ‘그건 배운 것으로부터 얼마든지 추론이 가능한 문제야’라는 주장들이 얼마든지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은 대학의 전임교수와 고교교사 그리고 전문가로 인정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들로 구성된다. 시험의 공정성과 변별력에 대해 각 분야별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지신 분들이 대학수학능력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성과 변별력은 늘 시비 거리이다.

공정성을 높이면 변별력이 떨어지고 변별력을 높이면 사교육의 극단적인 폐해가 나타나는 왜곡된 교육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공정성 유지와 변별력 유혹은 출제위원들 간에도 큰 논쟁거리이다.

위에서 학생들에게 한 필자의 답변 “야, 수능은 배운 데서만 나오디? 수업시간에 안 가르쳤어도 정답을 쓰는 학생이 있어. 대충 열심히 하고선 죽기 살기로 열심히 공부한 애하고 똑같은 성적을 달라는 거 아냐.”하는 학생들을 향한 야단, 이 필자의 야단은 매우 공정해 보인다.

그러나 국가가 시행하는 시험을 필자의 개별적인 시험방식으로 국한해 적용하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시점에서 정치적 유불리로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으로 논쟁화 하지 말고 백년지대계로 국가의 교육 미래를 기획하고 설계하라고 충언하고 싶다.

지금 같은 수능방식이 수명을 다하였다는 주장도 숙고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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