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도 좋으니 꺾이지만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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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도 좋으니 꺾이지만 마라
  • 한북신문
  • 승인 2023.06.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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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노숙인(露宿人)이란 이슬을 맞으며 숙식을 해결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호칭으로 불리우는 대상자들은 평범한 우리들은 감히 상상하지 못할 만한 많은 사연들과 가슴저린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의 장으로 인연을 맺은 것이 어느덧 만 3년이 되어간다. ‘넝마주이’, ‘근로재건대’라는 용어가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처음부터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복지사업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3년이란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니 누구나 처할 수 있는 상황임을 알았고 숨기고 감추는 대상이 아닌 우리와 함께해야 할 이웃임을 알게 되었다.

2020년 10월9일 SNS를 통해 ‘노숙인’의 명칭대신 ‘한데인’이란 호칭을 의정부 시민들이 지어주셨고 그 결과 우리 지역에서는 노숙인이 아닌 한데인으로 불리우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미 안팎으로 낙인감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호칭하나 바꾼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의 숙제는 이들이 떳떳한 이웃으로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사회복귀를 위한 마중물’=이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 중 그동안 몇 번의 시행착오가 너무 죄스럽기만 하다. 한데인들에게는 매 순간이 목숨과도 연관될 수 있는 현실이고 절실한 갈망이기 때문이다.

◆‘문화회복’= 문화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인데, 누구에게는 익숙해져 있는 문화마저 누리지 못하고 어색하게 만드는 현실도 존재한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음악회에 가서 연주회도 듣고, 결혼식장에 가서 축하해 주고 장례식장에 가서는 같이 슬퍼하는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문화이다. 그러나 한데인들에게는 지금은 이것조차 사치인 것으로 보인다.

◆‘토탈케어(Total Care)’= 노숙인의 자립지원 및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통합돌봄 프로젝트로, 이웃으로서 차이를 줄이고 높이를 맞추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를 위해 지역의 전문가 그룹과 기관, 자원봉사자 등 많은 자원들이 함께 해 주었다. 심리검사와 전문상담, 뇌기능검사와 뇌파상담, 훈련. 힐링음악, 예쁜 손글씨, 토탈공예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만남은 내면의 찌꺼기들을 털어내는 과정이 되었다.

◆‘지역 속으로 들어가기’= 한데인이라는 대상자는 처한 환경이 천차만별로, 길거리에, 쉼터에, 그리고 비주택이라 불리우는 고시원에 있다. 그러나 본래는 세상에서 함께 살았던 분들이기에 다시금 조심스레 지역 속으로 다가가는 시도를 해 보았다. 경전철 체험, 향군회관, 예술의전당, 마을체험 등은 함께 하는 시간 내내 이웃들의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한 직원들과 힘께 캠핑장의 바비큐 체험, 탁 트인 바다 무의도 방문, 사우나, 고급 음식점에서 맛깔진 음식 체험, 의정부 행복로 축제에 시민으로 참여, 단풍과 어우러진 산정호수 둘레길 등은 잊지 못할 의미 있는 기억으로 충분히 남길만한 사건이 된 것 같다.

그 결과 세분의 요양보호사 배출, 두 분이 사회복지사 자격과정 이수 중, 컴퓨터를 배우고, 바리스타와 제과제빵 자격취득 등을 통해 정규직 취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올해 첫날, 1년 반을 쉼터에서 생활한 젊은 친구는 사이버대학 사회복지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역시 지역이 답이다. 이웃의 관심은 스스로 지역민으로 회귀하고자 함에 강한 동기를 제공해 준다.

‘흔들려도 좋으니 꺾이지만 마라’, ‘나는 아직 괜찮고, 더 괜찮아 질 거야’ 라는 독백이 너무 애절한 오늘로, 내일은 떳떳한 우리의 이웃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데인들의 문화회복을 위한 열정적인 노력을 응원하고 우리의 진정한 이웃으로 자리매김 할 그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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