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 워크(Honor 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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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 워크(Honor Walk)
  • 한북신문
  • 승인 2023.05.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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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2023년 2월21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는 불의의 상황에서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여 여러 사람에게 새 삶을 주고 떠난 의인들의 어린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행사를 벌였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김민채 양은 6년 전 잃은 아버지를 기억하며 이 장학금을 받았다. 작은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했던 아버지는 바쁜 와중에도 딸을 데리고 전국을 누비며 캠핑을 하곤 했던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2017년 초 교통사고를 당해 하루아침에 뇌사 상태가 됐고 평소 “다른 사람들을 돕고 살아야 한다”고 했던 아버지의 뜻을 살려 가족들은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환자 4명이 새 삶을 얻었다.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6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고 떠난 김형진 씨,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하던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여 질식한 후 쓰러졌다가 역시 모든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유순미 씨 등 여러 의사들이 그 의인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아들로부터 정성스런 장학금을 받았다.

1967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크리스티안 바너드(Christiaan Barnard) 박사가 심장 이식을 처음 실시하여 성공한 이후 세계 도처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심장, 간, 폐, 신장, 피부, 각막 등 다양한 장기가 이식되었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한해에만 신장이식이 1891건, 간이식이 1398건 시행되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이식의료기술을 자랑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전 세계에서 간이식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으로 2012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하는 UCLA 메디컬센터 200건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402건의 수술을 진행하고도 생존률은 100%에 달하는 경이로운 수준을 자랑한다.

문제는 아직도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뇌사기증자 장기이식현황에 따르면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는 지난 2016년 573명까지 늘었지만 2018년 400명대로 떨어진 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2020년 478명에서 지난해 405명까지 줄어든 상태다.

뇌사자 일부를 제외하고 순수한 생체 기증에 의한 수술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고 심지어는 장기매매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의 음성적이며 불법적인 이식이 아직도 지속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병원들마다에는 <영예로운 전송(An honor walk)>이라는 전통이 있다.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이 수술실로 향하는 순간 그 병원의 모든 의사, 간호사, 사무원, 기술관리인은 물론 방문자들까지를 망라한 전체 인원이 병실로부터 수술실까지 도열하여 목례하며 엄숙히 그를 전송하는 의식이다. 숭고한 희생에 대한 정성어린 응답이며 기증자에 대한 극한의 예우이다.

오늘도 어느 병원 복도를 지나 수술실로 향하는 장기기증자들의 희생과 사랑에 조용하나 힘찬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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