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의 부활인가? 지경학의 대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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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부활인가? 지경학의 대결인가?
  • 한북신문
  • 승인 2023.05.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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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논설위원·상지대 대학원 안보학과 교수
조용만 상지대 대학원 안보학과 교수
조용만 상지대 대학원 안보학과 교수

필자는 올 새해 칼럼에서 한반도 주변이 ‘신냉전의 확장’으로 치닫고 있다고 판단했었다. 남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서명한 지 5년도 안되었는데 무인기로 상호의 상공을 침공하고 방사포와 미사일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으니 신냉전의 확장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일본을 방문하여 매국노라는 욕까지 먹어가며 셔틀 외교를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였으며 미국을 방문하여 70주년 한미동맹을 자유, 민주, 평화와 번영의 가치동맹으로 격상시켰다.

그리고 북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보와 안전을 지켜내겠다는 미국의 결의를 자국의 수도명을 내건 ‘워싱턴 선언’으로 보장하였으며 한미 양국 정부, 공기관과 기업은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창설 등 50여 개의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그러자 북·중·러가 잇달아 경고 메시지를 쏟아내었는데 북한은 바이든을 ‘늙은이의 망언과 망령’ 윤석열을 ‘못난 인간’이라고 비하하며 ‘미국과 괴뢰들의 적대적 흉심을 재확인하였다’라고 했다.

또한 중국은 ‘한반도의 안보 딜레마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고 러시아는 ‘역내 및 국제 질서를 더욱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은 신냉전을 넘어 한반도 주변이 양분되는 ‘지정학의 부활’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지정학(Geopolitics)’은 미국의 정치학자 스파이크만(Nicholas J. Spykman)이 정의한 것처럼 ‘지리적 입지의 관점에서 국가의 정책과 행위를 설명하고 예측하는 학문’인데 이 용어는 유럽에서 민족주의가 고조되고 식민지 쟁탈전이 횡행했던 19세기에 민족통합과 팽창정책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출현하였다.

몇 년 전부터 경제적 수단을 사용하여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미의 ‘지경학(Geo-economics)’이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루마니아의 전략전문가인 루트왁(Edward N. Luttwak)은 ‘국가 간의 경쟁이 지정학적 경쟁에서 지경학적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즉 냉전 종식 후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강대국들 간의 정치·경제 권력이 19세기를 방불케 하니 지정학의 부활이라는 생각이 든다.

1950년 6.25 전쟁은 지구의 동쪽 끝에 있는 아주 작은 한반도에서 일어났지만 그 나비효과가 유라시아의 나토와 바르샤바의 대결로 이어졌고 체제 경쟁에서 실패한 구소련은 고르바쵸프 집권 이후 1989년부터 시작된 냉전의 붕괴와 함께 1990년에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가 독립을 하였고 2004년에는 3개 국가가 모두 나토에 편입되어 소련의 지정학적 균열을 가져왔다.

그리고 1999년에는 체코, 폴란드, 헝가리가, 2004년에는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가 나토에 가입하여 주변의 10개국이 구소련의 지정학적 영역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현실 앞에 더 이상의 지정학적 붕괴를 눈뜨고 볼 수 없었던 러시아는 2008년에 조지아와 전쟁을 했고 2022년 2월에 푸틴은 러시아 연방을 지키기 위하여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나토 가입을 고려하던 주변국들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이 와중에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지만 헝가리와 튀르키예가 반대를 해오다가 최근 동의하여 핀란드만 2023년 4월4일에 31번째의 나토 가입을 확정지었기 때문에 푸틴은 더 이상의 지정학적 균열을 용인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2022년 6월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연대”를 표방하자 러시아가 발끈하였다. 한국은 비전쟁물자를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명분이며 북한의 전쟁물자가 러시아에 유입되는 것에 대한 경고성의 조치였을 것이다.

또한 한미일 연쇄 회담에서 대만 문제의 현상 유지와 북한의 핵위협 강화대책이 나오자 북·중·러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라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나토와 러시아가 그리고 동북아에서는 한국을 중심으로 한미일과 북중러가 지정학 및 지경학적 대결을 하고 있다.

집권 1년 차를 넘은 윤 대통령은 지정학적 공조도 중요하지만 경제, 민생과 연결된 지경학적 입장에서 중·러와의 균형도 필요하고 G7 확대 구상인 G8 진출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국제적 협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전략적 기반 위에 담대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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