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
상태바
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
  • 한북신문
  • 승인 2023.04.25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원선 신한대학교 교수·사회과학대학 학장
임원선 신한대학교 교수·사회과학대학 학장
임원선 신한대학교 교수·사회과학대학 학장

 

매년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많은 사회인식을 개선하고자 기념일로 정하고 매년 인식개선을 위한 행사와 더불어 공로자들을 기리는 행사를 한다.

단 한 번의 삶을 살면서 장애인으로 살아내기는 참으로 힘겹다.

또한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아내기도 힘겹다. 필자는 장애인 아버지의 자녀로서 살아왔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의 놀림은 내향적인 성격을 더 움츠러들게 하였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을 피하게 되었다. 이렇듯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가기는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장애인도 아니면서 장애인과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 수많은 선한이웃 중에 한 분을 소개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서울특별시 동작구 사당동 반지하실 입구에는 ‘룩스빛아트컴퍼니’라고 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시각장애인무용단 간판이 있다. 그리 넓지 않은 실내에서는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는 한 여성이 있다.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수학하는 가운데 복지관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시각장애인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여성과의 만남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시각장애인무용단 제3회 정기공연에서였다. 10여 년간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지내온 이야기를 듣는 동안 객석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듣고 있었다. 언어청각장애로 평생을 사시다가 사고로 떠나신 아버님으로부터 헬렌 켈러, 설리반 선생님 등 다양한 장애인 관련 인물들이 떠올랐다. 우아하지는 않지만 앞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 동작 한 동작을 춤으로 구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국내공연에 이어 11월에는 미국 LA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미국공연을 위해 제출한 사업제안서 서류심사를 통과한 후 면접심사를 받는 동안 한 심사위원이 예산을 삭감하고자 하는 의도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이 그랜드캐니언 관광코스는 왜 가느냐? 불필요한 일정이 아니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이 때 답하기를 “시각장애인은 온몸으로 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사람은 때로는 자신을 위한 일보다 타인을 위한 일을 할 때 더욱 용기를 내는 경우가 있다. 룩스빛아트컴퍼니 대표는 이런 면에서 존경스러운 분이다. 국내외 공연을 할 때마다 재정적 부담이 커서 제안서에서 탈락하면 대출을 받아 경비에 사용하고 있다.

금년에는 파리공연을 계획하고 프랑스 지인과 연계하여 준비하던 중 기대했던 제안서가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 지켜보는 가운데 안타까워서 여기저기 소개를 하였으나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 춤에 도전하는 정신이 아름답다. 나아가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춤에 도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연습시키고 훈련시키는 사회복지사가 존경스럽다. 그녀는 룩스빛아트컴퍼니 대표이기 전에 존경스러운 사회복지사다.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으로서 십시일반의 마음과 정성을 모아 후원자로 나설 필요가 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