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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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보다
  • 한북신문
  • 승인 2023.02.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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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문화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문화공간(협) 이사장
신희주 논설위원
신희주 논설위원

 

‘K-콘텐츠’에 관심이 높다. K-pop, 영화, 드라마 등의 OTT 영상물, 게임, 웹툰, 유튜브 콘텐츠 등 세계의 시선은 K-콘텐츠에 집중하고 바야흐로 현대 콘텐츠의 기준이 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열망하던 문화강국으로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보다 가까워진 듯 보인다.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메시지를 담고 다양한 형태로 퍼블리싱 되는 콘텐츠는 오랜 세월동안 사회곳곳에 쌓여 인문자산으로서 우리의 삶과 어우러져 문화로 정착되고 다시 창작자의 정체성으로 그 기초가 된다.

이런 문화적 토대 위에서 성장한 창작자들은 다시 과거 문화적 자산의 축적을 발판으로 창작행위를 반복해간다. 그렇게 우리의 문화가 시나브로 미래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문가라는 무리들도 종종 혼용하는 오류 중 하나로 지적하고 싶은 바는 예술과 문화는 동의어가 아니다. 문화는 콘텐츠에 맥락이 이어진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사회에 영향을 주는 콘텐츠 혹은 문화라 불리는 영역은 특정 엘리트 위주 집중 교육 혹은 단기 속성과정을 통해 획득할 수 있지 않은 오랜 시간의 축적으로 집적되어 형성된 한 공동체의 인문자산이다. 이것을 단순히 ‘산업’의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분절해 활용하다 보면 문화생태계에 왜곡이 생기고 토양이 얕아져 소멸된다.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어떻게 하면 황금알을 더 빨리 많이 차지할 수 있을까 만 생각하다가 정작 거위에게 먹이를 주고 돌보는 기본적인 일은 등한시하는 행태다.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 사전에 긴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 환경을 조성하고서 이후 자본가의 투자여건이 조성되는 기회가 생긴다. 자본은 다음 단계를 알아보지만 자본가는 그러하지 못해서 관성에 치우진 기준을 제시하며 창작자들을 옥죈다.

최초, 최고를 지향하는 이들에게 보편적인 안전의 담보를 요구하며 기를 죽이나, 예측을 계산하는 이들의 숫자들은 이미 과거가 기준이다.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것과 콘텐츠사업은 구분되어야 함에도 정확한 이해가 있는 이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업이라는 것은 이미 유형화되어 평가기준이 내재화되어 있기 마련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기존의 언어와 의식을 가진 투자자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이들에게 개념을 이해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다가 시장에서 타이밍을 곧잘 놓치곤 한다.

모두가 투자사의 심사역인양 답 없을 숫자를 요구하다 결국 특정 권위와 스타성에 기대는 관행을 되풀이하다가 ‘해봤는데 쉽지 않다 거나 어렵다거나’ 등 쌈짓돈 까먹은 치기어린 무용담으로 그치기 일쑤다.

알에서 깨어난 누에가 뽕나무 잎을 먹고 자라며 5번의 허물을 벗으며 약 20일 동안의 애벌레 시절을 보낸 후 고치를 만든다. 이 누에고치를 삶아 세리신을 녹인 후 조심스럽게 고치에서 피브로인 섬유를 한 가닥씩 풀어 꼬아 비단실을 얻는 것인데 고치 하나에서 1~1.5km의 섬유를 얻을 수 있다. 콘텐츠는 이 모든 과정을 거친 후 나오는 비단실 혹은 이 섬유를 꼬아 만든 비단천, 비단옷 등에 해당한다. 콘텐츠사업을 하겠다는 기업이나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은 마치 이 전 과정을 잘라먹고 비단실만 얻어 사용하겠다면서도 갑질을 일삼는 얌체들이다. 칸막이를 치고 앉아서 옆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 옆에 누군가가 있어서 현재와 서로가 존재하는 것이라는 정도의 상식과 염치는 가져야 하지 않는가?

몇 세대를 거치고 다양한 행위주체자들의 기여를 포함해 여러 층위의 연결고리를 이어 나가다 비로소 자본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있다. 이것을 특정의 이익으로만 독점하게 두어서는 우리의 인문자산이 두터워질 자양분이 부족해진다. 그럼에도 반드시 시류를 이유로 삼아 좁은 시야를 가진 부류에 의해 구간을 분절하고 왜곡시키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근원적인 문제해결까지는 어렵더라도 시스템적 보완은 필요하고 또 우리라면 가능하다고 믿는다. 비록 이해도가 맞는 동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또 다른 일이 되어 부담이 되고 가는 길이 광범위하다 보니 속도는 비록 더디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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