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과필개(知過必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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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과필개(知過必改)
  • 한북신문
  • 승인 2023.0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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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주간 홍정덕·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논설주간 홍정덕
논설주간 홍정덕

유감(遺憾)은 남길 유(遺), 섭섭할 감(憾) 두 글자로 구성되어 그 본래의 뜻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너 나에게 무슨 유감있냐?”와 같은 용례에 나타나는 것처럼 본래는 서로 사이에 남아있는 “한 쪽은 모르는 채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가지고 있는 마음의 섭섭함”을 의미하였다.

그런데 이 말이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소극적인 표현으로 사용되는 외교적 언사로 변용되었다. “섭섭하다”라는 의미를 “내가 이번 일로 당신을 섭섭하게 한 것 같다”라는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15년 8월 25일에 발생한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사건 당시 남북협상에서 북한은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에둘러 사과하는 그런 식이다.

국회에서 한 야당의원이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어느 술집에서 새벽까지 특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엄청난 의혹을 제기하였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청담동 술자리를 봤다는 당사자가 거짓말이었다는 진술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는 논평을 냈다 대통령에게 사과한다는 것인지 섭섭한 감정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인지 대단히 모호한 논평이다.

「지과필개(知過必改)」는 천자문의 한 구절이다. “잘못을 알았거든 반드시 고쳐라”라는 의미이다 저술의도와 상관없이 천자문은 학문에 입문한 그야말로 왕초보자가 제일 먼저 배우는 교재이다. 따라서 공부하려는 자가 반드시 알아야할 기본적인 상식인 것이다.

이 구절은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허물이 있다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마라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와 「자장편(子張篇)」에 나오는 ‘날마다 모르는 바를 알고 달마다 할 수 있게 된 바를 잊지 않는다면 가히 배우기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日知其所亡 月無忘所能 可謂好學也已矣)’를 합쳐서 줄인 말이다. 공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그것이 바로 잘못이다(過而不改是謂過矣)라고 말한다.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바른 예의이며 동시에 자신이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따라서 고의가 되었건 실수가 되었건 상대방에게 해를 끼쳤으면 유감(遺憾)이 아닌 사과(謝過)를 해야 한다. 그래야 유사한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왜 학교에서 학동을 훈계하고 집안에서 자녀를 꾸짖는가? 그들이 바르게 되고 발전하며 성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던가? 하물며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고 국정을 위임받은 막중한 위치에 있는 분들 아닌가?

그런데 이 “잘못을 알았거든 이를 반드시 고쳐라“라는 문장은 사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사귀지 말며(無友不如己者)“ 라는 구절의 뒤에 있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사귀면 실수를 저지르고 허물을 면치 못하게 된다라는 전제인 셈이다.

이번 일 역시 편견을 가진 어떤 유사언론과의 협업이 문제의 단서가 되었다기에 하는 말이다. 현재 우리 정치가 맞닥뜨려있는 진영논리와 팬덤정치가 이로써 폐해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염려스러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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