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선진국’을 기대한다
상태바
‘진짜 선진국’을 기대한다
  • 한북신문
  • 승인 2022.12.10 0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궁랑 논설위원·경복대학교 명예교수

 

2021년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는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원조수혜국)에서 ‘선진국(원조공여국)’으로 격상 변경함으로써 1964년 UNCTAD 창립 이래 최초로 경사(?)스런 결과를 만들어 냈다.

또한 미국의 US NEWS지는 세계 10대 강국 순위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핵심인 경제 및 군사분야에서 6위로 올렸을 뿐만 아니라 전체분야 종합순위를 20위로 발표하였다고 한다.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UN, IMF(국제통화기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World Bank(세계은행), DAC(개발원조위원회), HDI(인간개발지수)를 기준으로 분류하며, 이에 따라 세계 32개국이 현재 선진국에 해당하며 아시아의 경우 한국과 일본뿐이라고 한다. 그렇다! 한국은 선진국이다. 무역규모 세계7위로 234개국에 무역수출을 하고 있으며, 산유량 한방울 없는 비산유국이지만 세계시장에 석유제품을 가장 많이 팔고 있다. 1인당 GNP 3만5천달러에 인구 5천만 이상이면서 첨단 K전차와 T-50 항공기, 잠수함과 원전 등을 수출하는 국방분야 강국이기도 하다. G20클럽에 가입된 건 아주 오래전 일이고 일본의 반대로 G8에는 가입을 못했지만 G7회의에 연속적으로 초청받는 세계8대 강국이며 선진국인 것이다.

이제는 웬만한 나라에 여행을 하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엄지를 치켜세우는 사람들이 생겨날 뿐 아니라 한국제품 케이스에 한글이 보여야 진짜 한국제품으로 인식하여 한글병기를 요구하는 사례가 생겨나는 등 한류가 지구 곳곳을 덮는데 성공한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세계 10위권 안에 들만큼 빠르게 성장한 한국의 이태원거리에서 사고아닌 사고로 엄청난 인명손실을 가져오고 말았다. 하늘에서 항공기가 추락한 것도 아니고 대형 밀집지역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도 아니며 바다에서 배가 침몰한 것도 아닌 약간의 경사에 좁은 골목에서 그것도 갓 피어나는 어린 생명들이 걸어가다가 발생한 압사사고이다.

해방이후, 50인 이상 사망사고 건수를 살펴보면 총 22건으로 하늘(항공기사고)에서 5건, 땅(화재 등)에서 11건, 바다(선박침몰)에서 6건이며, 70년대 6건, 80년대 2건, 90년대 8건, 00년대 1건, 10년대 2건 그리고 20년대 1건(이번 참사)으로 새 천년 들어서 다소 감소하는 추세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반도체에서 문화를 수출하는 세계 10위권 이내의 당당한 선진국이다. 더구나, 사회 치안분야에선 세계 톱 클래스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나라이다. 2014년의 세월호 참사에서도 어린 생명들을 많이 희생시키면서 지금까지 수차례 그 원인조사를 하면서 정치적인 공방까지 벌이는 등 말끔하게 정리되지 못했는데도 정말 어처구니 없는 사고아닌 대형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아직까지도 OECD국가중 자살자 수가 12년 연속 1위(1만명당 2.7명)이며, 신림동의 한 반지하 빌라에 살고 있던 세 가족이 빗물에 갇혀 목숨을 잃고 연예계 상위 1%는 연평균 수입이 100억 원을 넘는 반면 하위 90%는 700만 원 정도로 투잡, 쓰리잡을 뛰고 있는 현실, 힘 있는 자가 진실을 묻어버릴 수 있는 현실들에서 과연 ‘공정’은 살아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자화자찬할 수 있을까?

아마도 한국은 아직은 선진국이 아닌가 보다. 외형으로만 그럴 듯 해보이고 내적으로는 아직 멀었는지 모른다. 앞에 열거한 대한민국의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속으로는 많이 부족한가 보다.

어쩌면 ‘희생자’라는 선진국형 표현보다 ‘사고당사자’라는 후진국형 표현이 더 맞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이 선진국이라면 이번 인재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즉 좀 더 국가 및 사회가 성숙해야 하고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면서 미처 챙겨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시야를 넓혀 밑바닥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경제수준이 올라가 선진국이 되면 ‘타인에 대한 배려, 약자에 대한 관용도 커지며 나아가서 민주주의의 내실도 깊어진다’는 사회학자 로널드 잉글하트(R. Inglehart)의 말처럼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아주 가까운 장래에 ‘진짜 선진국’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