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과의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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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의 줄다리기
  • 한북신문
  • 승인 2022.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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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논설위원·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진료를 하다보면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물구덩이를 사이에 두고,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괴물과의 줄다리기를 하는 분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지지 않으려고 온 몸의 힘을 양손에 몰아 쥐고 힘겹게 버티면서, 질질 끌려가는 싸움인 것이다.

결국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힘을 소진하고 물구덩이에 빠질 수밖에 없는 줄다리기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그 줄을 잡고 있던 손을 그대로 놓는 것이다. 그러면 물구덩이에 빠지지도 않을뿐더러 줄을 잡는데만 집중했던 힘을 다른 곳으로 돌려 활용할 수도 있고, 줄만 쳐다보았던 시선도 다른 곳으로 돌릴 여유도 생기게 된다.

그 괴물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적인 것(성별, 국적, 인종, 신체적 조건 등)일 수도 있고 과거에 받은 뼈아픈 상처일 수도 있으며 현재 처해진 어려운 조건들(실직, 실연. 사별. 사업 실패 그리고 다양한 질병 등)일 수도 있다.

우리는 발바닥이 현실이라는 땅을 밟고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괴물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그 것에 매몰되었던 생각을 그대로 그 자리에 놓고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부분에 힘을 써야 되겠다.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고 그것에 집중을 하면서 지내다 보면 결코 물웅덩이에 빠지는 일은 생기지 않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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