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어머님의 삶과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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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어머님의 삶과 사고
  • 한북신문
  • 승인 2022.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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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선 신한대학교 교수·사회과학대학 학장

 

베이비부머세대로서 끝자락에 있는 필자는 8남매 중 2대 독자로서 성장하였다. 20년을 고향에서 어머님과 지낸 이후 33년간 사회생활을 하다가 1934년생으로서 51세에 홀로되신 어머님과 함께 지낸지 8년이 지나고 있다.

늘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올 때면 마당에서 이어지는 긴 언덕을 올라와 회전 할 때마다 마당에 홀로 서서 손을 흔들고 계시는 어머님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아내와 의논하고 어머님과 합의하여 8년간 함께 지내는 가운데 노년의 삶에 대해서 보다 자주 실감하게 된다.

올해로 필자는 회갑을 맞이했다. 교과서적으로 노인문제는 이른바 ‘노인의 사고(四苦)’라 하여 첫째, 노인의 경제적 빈곤 둘째, 노인의 질병 셋째, 노인의 무위(無爲), 넷째 노인의 고독 등을 들고 있다.

어머님과 생활하면서 ‘노인의 사고(四苦)’중 경제적 빈곤을 제외한 세 가지를 실감하며 지내고 있다. 첫 번째로는 질병이다. 가장 오랜 기간 불편해 하신 것은 ‘틀니’다. 잇몸이 약해서 인플란트를 할 수 없다고 해서 부분 틀니를 점차 전체 틀니로 전환하면서 치과를 자주 다니시는 가운데 매우 불편해 하셨다.

어머님과 식사를 마치면 잠시 곁에 앉아 있다가 볼일을 보는데 무릎, 어깨, 손가락 마디가 아프다고 하신다. 신체적 노화에 따른 불가피한 수순인 것이다. 3남매의 장녀로서 홀몸으로 자녀를 양육하신 어머님을 대신하여 9세부터 동생들 먹거리를 준비하여 생활해야 했던 과거사의 노고가 온몸에 축적되어 노년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무위(無爲)이다.

평생 농촌에서 사시다가 81세가 시작된 2014년에 도시생활을 처음 하시면서 무료함을 호소하고 계신다.

아파트로 오신 후 아파트단지 내 경로당에 한번 가신 적이 있다. 입구에서 경로당 안을 잠간 쳐다보시더니 집에 가자고 하셨다. 이런 유사한 일을 두 번 더 하시고는 경로당에는 안가겠다고 결심하셨다. 수다 떠는 할머니들 보기 싫다고 하신다. 그 이후로는 오직 아들을 위해 세끼 밥상 차리는 일에 몰두하신다.

마지막으로는 고독이다.

가끔 아침 식사 후 “점심에 약속이 있어요”라고 말씀드리면 “혼자 밥 먹어야 겠네”라고 말씀하신다. 저녁에 “일이 생겨 못가니 먼저 드세요”라고 전화를 드리면 “기다리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가능하면 일찍 귀가를 한다.

맞벌이 주말부부로 살아가는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노모와 함께 지내는 일상이다. 1인가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맞벌이 부부자녀가 대세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르신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함이 진리이나 버거운 현실이다.

인간에게 있어 생로병사의 통과의례가 가정의 책임으로만 여겨왔으나 이제는 사회와 국가가 함께 감당할 수 있어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나가는 것은 선진국에 막 진입한 대한민국의 궁극적인 과제일 것이다.

무병장수는 축복이다. 초고령사회를 곧 맞이하는 이때에 모든 어르신들이 더불어 무병장수 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맡겨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웃과 사회가 함께 할 때 가능하다. 사회보험제도도 안정화 되어 가고 있지만 세대 간 존중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 학령전기 아동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공존공생하는 사회운동이 전개되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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