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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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 한북신문
  • 승인 2022.08.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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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선 신한대학교 교수·사회과학대학 학장
논설위원 임원선
논설위원 임원선

얼마 전 장애인거주시설을 운영하는 원장님과 차한잔 나누면서 어려웠던 일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200여명을 인솔하여 농촌의 한 마을로 이전하면서 겪었던 일들에 대한 나눔이었다. 거액을 요구하는 동네대표들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 농가의 일을 함께 하며 마음을 열어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동네 주민들이 장애인 200여명이 입주하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장애인이 집단으로 한 농촌에 정착한다고 할 때 환영하는 일은 흔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공감대를 이루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장애인 아버지를 둔 장애인 가족에서 성장했다. 언어와 청각장애를 선천적으로 타고 나셔서 가족 간에는 큰 어려움 없이 지냈는데 동네나 이웃 동네 또래들의 놀림의 대상이 되었었다. “00이 아버지는 벙어리래요”, “00이 아버지는 귀머거리래요…”

초등학교 당시에는 너무나 듣기 싫은 소리였다. 한번은 아버님과 우물에서 맞두레(두 사람이 마주서서 물을 푸는 두레)로 논에 물을 대고 있는데 한 무리의 이웃동네 아이들이 놀리면서 지나가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정도로 기억된다.

아버님께 맞두레를 내려놓으시라고 수신호를 보내고 뛰어가서 한 아이를 잡았다. 1년 후배 아이가 잡혔다. 얼마나 주먹으로 사정없이 때렸는지 모른다. 분이 풀리지 않아 목을 조르다 보니 아이가 사색이 되어 깜짝 놀라 놓아주면서 “또다시 놀리면 죽여 버리겠다”고 말했었다.

아마 필자가 인생을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런 험한 말을 했던 것 같다.

사람에 대한 다양성을 배워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그리고 사회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선진국 진입, 소득향상 등 물질과 외양은 좋아진 듯하나 정작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로서의 모습은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음을 목도한다.

이러한 반작용으로 지역마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도시 아파트 문화의 특징이라며 자포자기했던 일들을 극복해 내고자 지역사회에서 노력하고 있다.

급속한 사회변화에 끌려갔던 사람들이 이제는 주인이 되어 주도적으로 시대를 이끌어 가고자 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이 중단 없이 지속되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속히 다가오기를 기원해 본다. 필자 또한 더욱 이러한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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