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회색코뿔소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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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회색코뿔소가 다가온다
  • 한북신문
  • 승인 2021.12.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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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랑 논설위원·경복대 세무회계과 교수
경복대 남궁 랑 교수
경복대 남궁 랑 교수

최대 3.5톤까지 나가는 세렝게티의 코뿔소! 초식동물인 코뿔소는 평상시에는 풀이나 얌전히 뜯어먹는 모습을 보이지만 막상 코뿔소가 지축을 흔들면서 돌진해오면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맹수이기도 하다. 세계정책연구소(WPI) 소장인 미셸 부커는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지만 간과하면 큰 코 다칠 수도 있다는 위험을 빗대어 ‘회색 코뿔소’가 온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리만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갑자기 터져 순식간에 큰 혼란을 일으킨 ‘블랙 스완’이나 페펙트 스톰과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 회색 코뿔소로 간주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들 수 있다.

세계경제는 물론 한 국가의 경제 틀도 여러 가지 복잡한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유리알 보듯 명확하게 바라보면서 나라 살림을 꾸려 갈 수는 없겠지만 경고하면서 다가오는 회색 코뿔소만큼은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현재 한국경제에 있어서 회색 코뿔소는 현재 시점에서 크게 두 가지 즉 금리변동 상황과 적자재정 문제라고 본다.

금리변동 상황은 전술한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와 유사한 상황이다. 한국 경제는 부존자원의 부족으로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체제로서 미국이나 중국 등의 경제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미국이 코로나 지원 등으로 풀린 돈의 과다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여 시중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테이퍼링(자산매입)을 공식화하거나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면 한국도 돈의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동반 상승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동안 집값 폭등에 따른 이른바 영끌과 빚투를 했던 다중 채무자와 자영업자 그리고 젊은 20~30대의 취약계층은 과도한 이자부담에 허덕이다가 매물출회에 따른 집값 폭락으로 이어지면 개인파산은 물론 관련 금융기관들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될지 모를 일이다.

또 하나는 적자 재정 문제이다. 당장 내년의 경우에도 올해보다 46조원(8.3%) 증가된 604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77조원 정도의 국채 발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몇 년 안에 균형 재정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일반 정부부채는 올해 53.2%에서 2026년의 경우 무려 69.7%까지 증가될 수도 있다고 IMF는 전망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재정 적자규모 즉 다음 세대의 부담인 나라의 빚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성장보다 복지지출에 빚을 내어 쓰는 돈이 급증하면서 2017년 660조원이었던 나라 빚이 금년말에는 1068조원으로 부채비율도 36%에서 51%로 확대되어 우리의 미래 세대에 더욱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는 점이다.

내년 1인당 나라 빚은 2060만원으로 처음 2천만원대를 넘어서게 됐는데, 향후 29세 이하의 젊은이들이 부담해야 할 빚은 1인당 6,935만원이 되고, 올해 출생하는 신생아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2038년)에는 1인당 1억원을 초과할 수도 있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경고하고 있다.

한 때, 중동을 넘어 유럽까지 지배했던 징기스칸의 후예들도 망했고 마추픽추를 건설했던 잉카제국도 소멸되는 등 역사적으로 세계는 수많은 흥망성쇠를 거듭해 왔다. 국가가 쇠퇴할 때에는 너무나 쉽고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다.

눈 앞에 다가오는 회색 코뿔소를 뻔히 보면서도 그에 대한 대비들을 등한시 하거나 미룸으로써 한강의 기적이나 금모으기 운동 등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일본의 20년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도록 선제적이면서도 치밀하게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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