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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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독재
  • 한북신문
  • 승인 2021.07.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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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숙종(肅宗)은 자신의 왕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환국(換局)이라는 상황을 적절히 아용하였다.

한 당파로 하여금 정권을 주도하게 하였다가 갑자기 그들을 몰아내고 다른 당파로 정권을 교체해 버리는 수법이었다. 장희빈(張禧嬪)이 낳은 왕자의 원자(元子) 책봉을 반대하는 서인(西人) 정권을 뒤집어 남인(南人) 정권을 만들었다가 다시 인현왕후(仁顯王后)를 복권시키면서 그 남인정권을 축출해 버리는 식이다.

이후 당쟁은 집권과 동시에 상대 당파에게 가혹한 보복을 거듭하는 악순환이 정착된다. 경종(景宗) 즉위 후 소론(少論)이 노론의 4대신(大臣)을 처형하자 영조(英祖) 즉위 후 이번에는 노론이 소론에 보복을 가하고 이에 반발한 소론이 이인좌(李麟佐)의 난을 일으키자 노론은 이에 가담한 소북(小北), 남인(南人), 소론(少論)세력에게 멸절에 가까운 타격을 가하는 철저한 적폐청산을 진행한다. 특히 이인좌(李麟佐)의 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영남(嶺南)지역은 이후 아예 정계진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결과는 참혹하였다. 이제는 어떤 당파로 부터도 도전을 염려하지 않게 된 노론은 정권을 독차지 하고 조선왕조가 멸망할 때까지 독주하였다. 그나마 개인적인 능력의 출중함으로 노론을 일부나마 견제할 수 있었던 정조(正祖)의 시대가 끝나자 이제 노론은 왕권 위에 군림하는 절대 권력이 되고 만다. 왕비를 자기들 당파에서 독점하고 과거 합격자를 독점하고 언론을 독점하고 삼정(三政)을 홀로 주관하면서 정권은 물론 국가마저 심각한 병폐(病廢)로 몰아간다. 나아가 안동 김씨 일문이 노론을 장악하고 그들 집안에서 권력을 독단하는 이른바 세도(世途)정치가 60년이나 계속되지 않았던가!

서구 세계가 산업혁명을 맞아 사회, 경제, 문화, 교육, 통신, 교통, 금융 전 방면에서 혁명적인 변혁을 맞고 있던 그 대전환기에 조선은 오로지 한 당파가 권력을 홀로 장악하고 그 무한한 권력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그 한가지에만 골몰하고 있었다. 경제, 군사는 물론 심지어 이 시기에 이르러 유학(儒學) 조차도 우리가 멸시하던 일본에 뒤지기 시작했었다는 분석은 안타깝기 이전에 가슴이 아프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다. 대한민국이 민주국가라는 것은 국가의 권력이 분산되고 서로 견제하고 협치하는 다양한 제도를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력의 분립은 정권을 의회가 감시, 견제하고 그 정권과 의회는 사법적 질서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는 상식 즉 삼권분립(三權分立)에 기초한다. 삼권이 분립되지 않고 일방에 독점된 상황을 독재라고 부른다.

한 당파가 정권을 장악하고 의회마저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 실질적으로 정권의 독단을 견제할 수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정권의 일방적 편향을 막을 길이 없게 된다.

180석을 차지한 일당 국회는 한 정당이 마음만 먹으면 결의할 수 없는 법안, 추진할 수 없는 정책이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러한 국가 체제를 바라보면서 왜 우리는 노론 일당의 독주가 가져 온 그 참혹한 결말이 걱정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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