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欲望)과 서원(誓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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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欲望)과 서원(誓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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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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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學 洪 景 燮

인간의 욕망은 삶의 원초적인 힘이다. 수많은 욕망에 의해 사람은 그의 삶을 지탱하고 이루어 간다. 그런 의미에서 욕망은 우리들 삶의 본질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대부분 자기중심적이다. 일차적으로 자기를 우선하게 되고,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게 마련인 정서(情緖)인 것이다. 욕망이 삶의 원초적인 힘인 이상 그것을 무조건 타기(打棄)하거나 거세(去勢)해 버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이 욕망을 마냥 부추기거나 찬양만 할 수도 없다.

욕망의 이 같은 가치(價値)와 반가치성(反價値性)의 이중구조는 그래서 올바른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델리킷한 문제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욕망에 대해 불교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불교에서 보는 욕망은 무기(無記)이다. 즉, 선악(善惡)이전의 상태이다. 이는 불교가 욕망 그 자체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불교에서는 욕망이 지나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와 함께 그것의 사나운 작용을 경계한다. 그러므로 ‘갈애(渴愛)를 식히라.’던가 ‘탐욕(貪慾)에 빠지지 말라.’고 함은 욕망의 포기를 종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적절한 상태의 유지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욕망의 조절이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삶의 원초적인 힘으로서의 욕망은 끝없이 확대되어 갈 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욕망의 힘을 대신할만한 또 다른 힘을 채워줌으로써 우리의 삶을 유지토록 하는 일이 필요해 진다. 그것이 곧 서원(誓願)이다.

서원은 결단코 목적을 이루려는 맹세이다. 이 또한 무엇인가 기필코 하고자 하는, 그래서 삶의 힘이 된다는 점에서는 욕망과도 다름이 없다. 그러나 서원이 욕망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자기중심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서원은 자기를 버림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아니, 버림이 아니라 그것은 보다 큰 자기의 믿음이다.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위대한 서원은 자기를 완전히 버림으로써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궁극의 길이었다.

새해 새아침에,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서원을 세우고 사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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