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용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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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사용과 언론
  • 한북신문
  • 승인 2020.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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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기 논설위원·신한대 행정학과 교수

 

‘쎌럽이 추천하는 광장동 뷰’ ‘원조 디바 가수’ ‘연예인들의 콜라보’ ‘꿀케미’ ‘코로나 패러독스’ ‘랜선생파’ ‘버스킹’ ‘호러블리일상’... 혹시 독자분들 중에 이 단어의 뜻을 다 안다면 상당 수준의 언어능력자로 인정받을 만하다. 그런데 부끄러운 마음에 앞서 이런 용어를 남발하는 언론이 안쓰럽고 한심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쨌든 경쟁적으로 텔레비전, 인터넷, 신문, 잡지 등에 이상할 정도의 외국어가 우리말에 섞여서 사용되고 있다.

언론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그 나라의 정체성과 국격을 보여준다. 또한 국민 의식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그래서 언론의 언어사용은 신중해야 한다. 외국어를 중간 중간에 섞어야만 유식해 보이고 훌륭한 매체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세계화를 향해 뻗어나가는 우아함도 아니다.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세계화가 전 국민의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때 필자는 우리나라 문화 등이 세계 속으로 퍼져나가 우리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반대였다. 온 국민이 영어를 할 줄 알아야 세계화가 되는 것으로 변형되었다. 어린 학생부터 성인까지 영어 배우는데 열중했다. 온 국민이 영어 배우느라 난리 법석이 아니었다. 물론 배워서 남 주는 게 아니니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전 국민이 외국인을 상대할 기회도 그럴 필요도 없는데 온 나라가 법석을 떠는 것은 웃기다 못해 이상해 보일 정도였다.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한 상황에서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언론이 우리말로 설명해도 될 것을 굳이 이상한 외국어를 끼워서 사용하는 것은 문제이다. 그 행태가 전혀 멋져 보이지 않는데도 갈수록 그 도가 지나침은 스스로 초라해질 수 있다. 외국어 사용뿐만 아니라 우리말을 축약해서 사용하는 것도 일상화되는 느낌이다. 바른 언어사용에 앞장서야 할 언론이 되레 바르지 않은 언어사용에 앞장서는 행태이다.

앞으로는 개선된 모습의 우리말 사용이 요구된다. 혹시 외국어를 사용해야만 할 때는 괄호안에 우리말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외국어도 배우고 우리말도 살리는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용어를 우리말로 풀어본다면, 쎌럽이 추천하는 광장동 뷰는 ‘전문가(유명인)이 추천하는 광장동 풍광’, 원조 디바 가수는 ‘원조 인기 여가수’, 연예인들의 콜라보는 ‘ 연예인들의 합작품’, 꿀케미는 ‘재미있는 조합’, 코로나 패러독스는 ‘코로나 역설’, 랜선생파는 ‘온라인 생일파티’, 버스킹은 ‘길거리 공연’, 호러블리일상은 ‘끔찍한 일상’으로 변환될 수 있다. 이 얼마나 쉽고 자연스러운가. 그런데도 굳이 외국어를 사용하게 되면 이와 같이 우리말로 변환한 내용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말을 축약해서 쓰는 행태도 시정되어야 한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은어로 사용될법한 것을 어찌 언론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가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도 청소년 문화에 맞춘다는 의미에서 사용할거라면 설명을 덧붙이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일상화된 단어로 굳어질 수 있다. 선생님을 “쌤‘으로 부르는 것이 어느덧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상어로 굳어진 것이 그 예이다.

외국어든 축약어든 근본적으로 왜 사용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상황이면 반드시 내용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품격 있는 언론의 언어사용이다. 아직 한글날이 멀었는데도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왜곡된 언어 남용이 너무 많아서 보는 마음이 초조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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