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과 교만했던 제국들의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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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과 교만했던 제국들의 말로
  • 한북신문
  • 승인 2020.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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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논설위원·상지대 대학원 안보학과 교수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적으로 하루에 20여만 명이 늘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발생 7개월 만에 누적 확진자는 곧 1500만 명을 돌파할 것이고 현재의 치사율 4.6%를 적용하면 사망자도 6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누적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300만 명을 돌파한 미국이다. 세계 패권국 미국은 전 세계 확진자 수의 약 26%, 사망자의 약 25%를 차지하는 세계 최다 감염국이 되었고 그 다음은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힘깨나 쓰는 국가들이 뒤를 잇고 있다.

이를 보면 강국과 전염병의 확산 속도는 확실히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강국일수록 메트로폴리탄이 많으니까 인구밀도가 높아 아무리 사회적 거리를 강조해도 잘 지켜지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과 주민들의 빈부격차가 심하다보니 돈 없는 사람은 병원도 못 가보고 죽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이참에 소위 제국이라는 강국들이 어떻게 멸망하였는가를 역사를 통해 간단히 살펴보자.

인류역사와 전염병과의 최초 관계는 구약성경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강한 부족국인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던 이스라엘은 전쟁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해충, 전염병, 종기 등 10가지 재앙을 이용하여 탈출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이 전염병과 같은 재앙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신화까지 포함하면 2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제국은 라틴족의 도시국가로 융성하면서 당시에는 ‘세계의 머리’, ‘영원한 도시’라고 부를 정도로 서양문명을 대표하는 도시였고 강국이었다. 그러나 서로마는 아프리카로부터 내습한 반달족의 약탈을 받아 국력이 크게 약해졌고 훈족에게 밀려 서진하던 게르만의 침입으로 멸망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서기 165~180년 사이에 아시아와의 무역, 흉노족에 의한 전파로 추정되는 갈렌의 역병(안토니우스 역병)으로 인해 15년 동안에 500만 명이 죽었고 251~266년에 창궐한 성 키프리아누스 역병은 클라디우스 2세 고티쿠스 황제의 생명을 앗아 가기도 했지만 심할 때는 하루에 로마에서만 5000명이 죽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541년부터 750년 사이의 유스티아누스 황제 때에 발생한 역병은 하루에 1만 명의 사망자를 내기도 하여 유럽 인구의 절반이 죽었다고 하니 어찌 전쟁으로 로마가 멸망했다고 할 수 있는가?

중국과 아시아 내륙에서 유래한 페스트는 1347년 몽골족의 킵차크칸국 군대가 초원지대에서 페스트로 죽은 시신을 끌어모아 노포(弩砲)에 실어 돌포탄처럼 적진에 날려 보내서 급격히 유럽인들에게 전파되었는데 이로 인해 75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사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1453년 동로마제국이 멸망한 직접 원인이 아닐까?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 사이의 십자군 전쟁은 서유럽의 강국, 그리스도교 국가들이 이슬람교도에게 빼앗긴 성지 팔레스티나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8~10차에 걸쳐 싸운 전쟁이었다. 1차 원정 때는 장티푸스와 말라리아로 매일 평균 40명이 죽었고 로마교황청 주교 아드히머와 프랑스 영주도 사망했듯이 신분과 계급을 가리지 않았다. 결국 십자군은 점령했던 도시를 불태우고 빠져나옴으로써 전염병 수렁을 탈출했다고 한다.

2차 십자군 원정에서도 장티푸스·이질로 추정되는 전염병이 번져 프랑스 병사들이 전장에서 도망친 것은 적군 투르크 군대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전염병 공포 때문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일찍이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라는 책에서 세계 20여 개의 문명을 연구한 결과 창조적 지도자가 새로운 문명의 모태 기능을 하면서도 포만(飽滿)과 교만(驕慢)의 상태에 이르면 멸망의 원인이 된다고 설파하였다. 포만한 인간과 교만한 국가일수록 역사를 뒤돌아보며 겸손해야 하는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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