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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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울
  • 한북신문
  • 승인 2020.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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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일제강점기가 남긴 우리 문화유산 파괴는 역사 문화 전반에 광범위하게 걸쳐있지만 특히 우리의 땅이름에 끼친 해악은 크고도 남다르며 현재로서는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 스스로 먼저 쉽고 아름다웠던 본래의 땅 이름을 한자로 억지로 변환하면서 상당 부분 왜곡이 먼저 이루어지긴 했다. 우리 의정부의 경우에도 ‘길의 폭이 갑자기 줄어드는 곳’을 이르는 ‘오목이’를 한자어 오목(梧木)으로 변환하여 그 지명의 유래가 뜬금없이 ‘오동나무가 많이 자라던 곳’으로 잘못 알려지거나, ‘길이 갈라지는 곳에 위치한 마을’을 의미하던 ‘가래울’에서 가래를 가래나무로 오해하여 ‘가래나무가 많이 자라던 마을’이라는 의미의 ‘추동(楸洞)’으로 변환해 놓은 것들이 잘못 한역(漢譯)된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양주 중랑천의 상류에 큰 샘이 솟아 지역의 이름을 ‘샘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개울’이라는 뜻의 ‘샘내’라 부르고 이를 한역(漢譯)하여 ‘천천(泉川)’이라 하던 지역과 회암사(檜巖寺)가 위치하여 ‘회암(檜巖)’이라 부르던 지역을 합쳐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만들면서 이 두 지역에서 한 글자씩을 따 모아 ‘회천(檜泉)’이라 신조하여 놓았으니 지역의 특징도 의미도 죽어버린 의미 불명의 지명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전국 대부분의 지명이 이리 헝클어지고 말았다.

의정부시의 가능동(佳陵洞)도 자연마을인 가좌리(佳佐里)와 어능리(魚陵里)에서 한 자씩 따서 지었다.

<한국지명유래집 중부편>에서는 이들 마을의 지명유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가좌리는 가재울이라고도 불리었다. 이는 곧은골 서북쪽에 있는 마을로 옛날 이곳에 가재가 많았던 가재못이라는 큰 연못 이름에서 동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한자로 고칠 때 ‘가좌(佳佐)’가 되었다. 어룡(魚龍)골은 충목단(忠穆壇) 아래의 골짜기로 왕이 이곳에서 하루 묵어갔다고 하여 본래는 어(御)자를 썼는데 일본 사람들이 어(魚)자로 바꿔 놓았다고 한다.

먼저 일러둘 일은 가재는 돌이 많은 얕은 계곡에 살지 연못에는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가재가 많은 연못’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명백한 오류이다.

거기에다가 ‘어릉리’에 대한 설명은 설명 그 자체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요령부득이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두 곳 땅이름의 본래 의미는 가재울 은 ‘가쟁이’, 즉 고을 경계의 맨 가장자리 끝에 있는 마을 ‘가쟁이울’에서 유래된 지명이고 ‘어릉’은 두 갈래 길이 하나로 합쳐지는 곳 ‘어울릉’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얼마나 정확하고 그 의미와 땅꼴의 표현이 분명한가. 그나마 가좌동과 어릉리를 합쳐 만든 동명은 가능동이 아닌 ‘가릉동’이다.

한자 佳陵洞은 가릉동으로 읽어야 맞는 독음이다.

의정부1동, 의정부3동, 가능동, 흥선동, 녹양동을 하나의 광역으로 묶어 <흥선권역>을 만든 「흥선동」이 출범하였기에 가능동의 땅이름 뜻을 얼핏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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