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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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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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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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11월이 되면 유럽 각지에는 크리스마켓이 열린다. ‘마켓이라는 명칭이 붙지만 단순한 시장은 아니다. 마을사람 모두가 모여 향토 음식을 먹고 다양한 공연을 즐기는 축제의 성격이 더 강하다. 이 시장에서 팔리는 가장 중요한 상품이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다.
도심에 세울 10m가 넘는 커다란 트리부터 교회와 성당, 시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에 세울 트리까지 모두가 그 해에 베어 온 생나무다.
그런데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의 크리스마스 트리의 국적이 한국이다. 유럽에서는 한국전나무(Korean Fir)로 부르며 실제 학명도 Abies koreana WILS.인 우리나라 특산종 나무인 구상나무이다.
한라산·지리산·무등산·덕유산의 높이 5002000m 사이에서 자란다. 높이 18m, 수폭 78m에 이르는 미려한 수형을 갖는 이 나무가 서양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07년이다. 당시 프랑스 출신 식물학자인 포리(Urbain Faurie) 신부와 포교활동을 하던 타케(Emile Joseph Taquet) 신부가 제주 한라산에서 함께 채집하여 표본들을 세계 각국으로 보냈고 영국의 식물학자 윌슨(Earnest H. Wilson)이 이를 기준표본으로 아놀드식물원 연구보고집’ 13호에 신종으로 1920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늠름한 수상(樹狀)과 하늘을 향하여 곧추선 채 익는 큼직하고 아름다운 솔방울, 그리고 선명한 푸른 색상으로 단번에 유럽인들을 매혹시킨 이 나무는 이제 기독교 국가 최대의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성탄목으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한 것이다.
구상나무는 구(), ()에서 명칭이 유래되었단다. 즉 우리는 이 나무를 관()을 짜거나 상여 장식물을 만드는 데 사용하였기에 이런 명칭이 붙었단다. 천하게 사용되던 나무가 귀한 용도로 변신한 셈이다.
문제는 이 나무가 무료로 반출되었다는 점이다. 현재도 우리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장미와 같은 각종 화목(花木)이나 과일의 종자사용료를 원산지 소재 국가나 종자 개발국에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상나무의 무료 반출은 너무나 안타깝다. ‘우리 것의 가치를 몰랐던 무지와 무관심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 지 실감나는 부분이다.
제주도의 구상나무 숲이 향후 100년 이내에 멸종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건조현상 등 자연재해와 종간 경쟁 등이 이유인데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2011년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EN)으로 평가했으며, 분포면적이 10이하로 줄어들면 극심멸종위기종’(CR)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라도 원산지를 보호하고 수종을 다양하게 개량하여 정식으로 외국에 보급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동안 무시했던 우리 것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제대로 키우고 사랑하고 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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