己亥年 황금돼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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己亥年 황금돼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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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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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2019년이 밝았다. 기해년(己亥年)이니 천간(天干)<()>이고 지지(地支)<()>로서 60갑자의 36번째 간지가 된다. <()>는 오방(五方) 중 가운데에 해당하는 <()>이니 그 색상은 <()>이며 <()>에 해당되어 역시 색은 누른색이다. <()>12() <돼지>이며 12지의 마지막 순차에 해당 된다. 흔히 일러 올해를 <황금돼지>해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래서 그렇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리는 지나치게 억지스럽다. 우선 천간(天干) 중 중앙, 즉 황색에 속하는 것이 <()>만은 아니고 <()>도 역시 중앙에 속한다. 그런데 이 천간에 해당하는 지난 해 <무술년(戊戌年)>에는 아무도 2018년을 <황금 개>의 해라고 내세우지 않았다. 우리 민속에 개의 종류 중에 <누런 개>를 가장 고급으로 쳤음에도 불구하고 <황금 개>의 해를 맞이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은 심전(心田)에 짓는 것이니 성현이 이른바 적선하는 집안에 경사나 남아도는 이른바 여경이 있으리라 하신 대로 복을 받으려면 착하고 너그러운 행함이 먼저 비롯되어야 할 일이다.
한 방송에서 소개한 이후에 경주 불국사를 찾는 탐승객들은 극락전의 <복돼지> 보는 일을 주요 과제로 삼는다. 오는 이 마다 복돼지를 찾으니 결국 절에서는 극락전 앞뜰에 커다란 청동 돼지상을 설치하여 놓았고 탐승객마다 오직 복 받겠다는 일념으로 그 돼지를 쓰다듬고 그 앞에 절하고 이른바 난리도 그런 난리가 따로 없다.

왜 극락전에 돼지가 있게 되었는지, <복돼지>는 극락전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조성되었는지에 관한 관심은 없고 또 어찌하면 내가 복 받는 삶을 살 것인지에는 한 푼의 관심도 없이 오로지 그 <돼지 형상>에 일심으로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그 불국사 아랫마을 경주 교동에 가면 12대 만석꾼 최부자 집이 있다. 3대 가는 부자가 없다는 데 이 집안은 어떻게 하여 그 만석재산을 대대로 자손에게 물려가며 경영하였을까? 만석꾼 집에서 그 집의 정기를 받겠다고 찾아오는 탐승객들은 으레 그 집 커다란 뒤주에 써 붙인 이 집안의 가훈을 읽게 마련이다.
흉년에 땅 사지 마라 집안 백리 이내에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하라 만석 이상 땅을 늘리지 마라 진사 이상 벼슬하지 마라 나그네를 넉넉히 대접해라 시집 온 며느리들은 최소 3년 간 무명 옷을 입혀라. 6개의 가훈 앞에서 탐승객 모두는 문득 숙연해 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한국식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전형이다.
복 받을 짓을 하면 복 들어온다. 그러니 분수를 알고 이웃을 살펴라. 이 명료한 가르침이 이 집안이 복 받은 이유인 것이고 우리가 배워야 할 산 교훈인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자신에게 물어 보자. 나는 지금 복 받을 짓을 하고 사는 복 받을 자격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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