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공무원은 익어야 제 맛
상태바
김치와 공무원은 익어야 제 맛
  • 관리자
  • 승인 2019.01.11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무중 의정부시송산권역 복지지원 과장
경험상 사회적 취약계층일수록 김장독에 김장김치가 충분하고 연탄창고가 채워있어야 겨울이 덜 두려워 진다. 특히 한국인에게 김치가 주는 상징성은 대단한 것이다.
가수 정광태가 부른 김치 주제가의 노랫말이 이들 취약가구의 심정을 대신해주는 것 같다.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 진수성찬 산해진미 날 유혹해도 김치 없으면 왠지 허전해 / 김치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나는 나는 너를 못 잊어 / 맛으로 보나 향기로 보나 빠질 수 없지 입맛을 바꿀 수 있나
올가을엔 송산2동 통장협의회에서 틈틈이 농사지어 깍두기 100상자, 민들레 봉사단 회원들이 재배하고 만든 배추김치 110상자, 송산 비젼교회 김치50상자, 송산2동 새마을 부녀회 김치 40상자 등을 기부받아 저소득 노인, 복지시설,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족, 탈북 가정에 골고루 전달하였다.
입맛이 없더라도 김장김치를 반찬삼아 건강하게 올겨울을 지내시길 바라고 있다. 어느 김치 전문가가 말하길, 김치는 다섯 번 죽어야 진짜 김치가 된다고 한다. 이른바, 김치 사오론(死五論)이란 말이다.
배추가 땅속에서 뽑힐 때 죽고 칼로 다듬을 때 두 번 죽는다. 파란 잎새가 소금에 절여지며 죽고 갖은 매운 양념에 무칠 때 또 죽는다. 마지막으로 김장독이나 땅속에 묻힐 때 죽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충분히 발효시켜야 제 맛이 난다.
김장을 하고 배분을 하면서 한 시절 젊음을 국가와 사회에 바쳐온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온 외길 인생40, 공직자의 삶도 이처럼 다섯 번 죽어야 좋은 맛을 내는 김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 합격을 목표로 수년간 혹독한 공시생활을 겪으며 죽을 만큼 공부해야 한다. 합격해서 신규 발령을 받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수습 및 시보생활을 거쳐 원만한 업무 처리를 하려면 벙어리 3개월, 귀머거리 3개월, 장님 3개월은 나 죽었소하고 자숙의 기간을 거쳐야 한다.
승진과 전보인사철에도 혹여 부정이라도 탈까봐 말조심, 손조심을 하며 죽어지내기 일쑤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에 휩싸일까? 사계절 내내 태풍이 오진 않을까? 큰 눈에 비상이 걸리지 않을까? 동네일에 죽도록 고생하고 낮밤을 새워가며 지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라경제, 대북문제, 한반도 주변국제 정세 등등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찌될 것인가 죽는 날까지 애를 태우리라.
김치도 충분히 숙성해야 제 맛을 낸다. 배추 한포기의 모습처럼, 나를 죽이고 국가에 봉사하는 공직자의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더 많은 노력과 희생으로 살맛나는 세상이 되는 날이 가까워지길 기대해 본다.
공무원이 바로 서야 나라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의 미담과 희생이 서민들 밥상에서 묵은지 같은 진득한 이야기 소재로 오르내리는 일상이 오기를 꿈꾸게 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