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미스터 칩스
상태바
굿바이 미스터 칩스
  • 관리자
  • 승인 2019.01.09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어쩌면 내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책이 바로 영국의 작가 제임스 힐턴 (James Hilton, 1900-1954)1934년에 발표한 소설 <굿바이 미스터 칩스(Good Bye Mr. Chips)>일 듯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 칩핑(Chipping) 선생은 명문 사립 브룩필드(Brookfield) 고둥학교에 고전(古典)을 담당하는 교사로 부임하는데 이 새내기 교사에게 교장은 처음부터 학생들에게 얕보이면 그 후에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문제가 있으니 아주 엄격하게 대하라는 충고를 한다. 이 학교에서는 부임하는 선생님들을 골려먹는 악습이 있었는데 첫 수업에 한 학생이 일부러 책상뚜껑을 크게 열었다 닫아 쾅 하는 소리가 나게 하였다.

순간 칩핑은 , 너 빨강 머리! 당장 반성문을 써 와!”하고 고함을 지름으로 분위기를 제압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또 다른 빨강머리 학생이 입학하는 데 바로 그 학생의 아들이었다. 칩핑은 네 아버지는 라틴어의 동사와 피동태를 끝끝내 구별 못하는 멍충이더니 너는 네 아버지보다 더한 녀석이야!”라고 야단을 친다.

또 다시 세월이 더 흘러 또 하나의 빨강 머리가 입학하는 데 그는 최초의 빨강머리의 손자였다. 칩핑은 세 명의 빨강 머리 중에 네가 제일 둔한 녀석이야!”라고 또 야단을 친다.
그 긴 세월 우여곡절과 부침을 겪으며 그는 브룩필드고등학교 그 자체가 되었고 칩핑이라는 본명 대신에 칩스(Chips)’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브룩필드 고등학교가 시대 상황에 따라 확장과 발전의 필요에 직면했을 때 경영을 전공한 젊은 교장 랄스턴(Raiston)은 이제 고령이며 주요과목이 아니게 된 고전담당 평교사 칩핑에게 사임을 강권한다. 학교의 예산을 좀 더 발전적인 분야에 집중하여야 한다는 명목이었다. 그 때 그 학교의 이사장이 되어있던 두 번째 빨강머리는 학교로 찾아와 교장 면전에서 스승 칩핑을 큰 소리로 위로한다.
누가 감히 선생님에게 학교를 그만두라고 했습니까? 선생님은 선생님이 원하시는 한 언제까지라도 이 학교에 남아 계셔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2018년 상반기 교권침해 현황자료를 교육부로부터 받아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거나 모욕적 욕설을 퍼부은 행동 등 교권 침해 사례는 1257, 학부모에 의한 건수가 111건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일으킨 교권침해 사례 1257건 중 교사에 대한 욕설 등 언어적 모욕과 명예훼손 행위가 757, 소란이나 교사의 지시 불이행 등 부당한 수업 간섭이 143, 교사 상해 폭행이 95, 교사에게 성적인 굴욕감을 일으킨 행위도 93건에 이른다.
선생님은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우리의 어른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선생님을 존경하도록 가르치면서 강조하였던 덕목이었다. 학부모 면담이 있는 날이면 으레 정장을 하고 학교에 오시던 아버지를 기억한다. 때론 수업이 지루했어도 때론 더러더러 학교에 가기 싫긴 했어도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이었고 나이 먹어서는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지금 무너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긴박한 위기 중에 이 보다 더 위중한 침몰이 있을까? 제 아이가 학교와 선생님에게 불만이 있다고 학교로 찾아가 선생님을 때리는 엄마가 정말 제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일까?

주요기사